한국의 통신시장이 매우 혼탁하다. 이동통신사의 개인정보 유출, 골목상권 침해, 불법보조금 지급,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1000억원을 방치하는 등 소비자들의 피해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10월 시행 1년을 맞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뭇매를 맞는 등 부작용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방통위 국정감사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단통법에 대한 평가가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소비자의 단말기 부담 증가, 휴대전화 시장 위축과 이통사 직영점 확대에 따른 영세상권의 붕괴 등 단통법 부작용을 지적했다.
새누리당 강길부 의원은 "지난달 기준, 이통3사의 평균 지원금은 상한액(33만원)의 약 65% 수준에 불과하다"며 "소비자는 초기 단말기 구입 부담이 늘어난 반면 이통사는 단말 지원금을 줄인 만큼 이익이 늘어났으니 누구를 위한 단통법이냐"고 비판했다.
본지가 지적한 바 있듯 지난 6월 기준, 일반 통신유통점은 1040곳이 줄어든 반면 이통사 직영점은 138곳이 늘었다. 재벌 대기업이 골목 상권까지 넘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도 "중소 유통점이 폐업하고 골목상권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지만, 정작 단말기 출고가는 내려가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이통서비스와 단말기 판매를 분리하는 등 유통구조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 의원 역시 "단통법이 오히려 우회 보조금 등 시장교란을 부추기고 또 다른 불법행위를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단통법 성과 중 하나로 꼽고 있는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선택약정할인) 20%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선택약정할인은 이통 서비스에 가입할 때 보조금(지원금) 대신 요금을 할인받도록 한 제도로 단통법과 함께 도입됐다. 지난 4월 기존 12%에서 20%로 할인율을 늘리면서 가입자가 급증해 8월 말 기준 175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그러나 유통현장에서는 이통사가 고의로 선택약정할인 가입을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은 LG유플러스가 선택약정할인 가입 회피로 이달 초 과징금을 부과 받은 것을 거론하며 "20% 요금할인 제도를 만들어놓고, 제대로 적용되는지 관리를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SK텔레콤·KT 등 유·무선 통신사업자 3사가 소비자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1000억원을 쌓아두고도 별 다른 환급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에 따르면, 올해 7월 통신 3사의 과오납금 미환급 누적액은 무려 1094억원으로 나타났다. 전 의원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집계된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유선 통신사업자 3사의 경우 약 1136만건이 과오납금 됐고 그 중 269억원 상당의 약 312만건이 아직 환급되지 않았다. 구체적으론 SK텔레콤이 518억원, KT가 125억원, LG유플러스가 182억원이었다. 통신사들의 노력 부재로 지난 5년 간 이 사이트를 통해 환급된 돈은 23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병헌 의원은 "통신비 과오납금은 소비자에게 즉각 돌려줘야 할 돈인데 미환급금이 1000억원이 넘을 때까지 방치한 것은 방통위의 업무태만"이라며 "제때 돌려줄 수 있는데도 제대로 돌려줄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통신사의 신의성실 원칙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방통위 등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혜택이 줄어들고 통신사와 제조사만 배불리는 허점 투성이 단통법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