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순 문화평론가 겸 2015평창비엔날레 홍보위원장
-문화평론가 겸 2015평창비엔날레 홍보위원장 이화순
2015평창비엔날레와 2018평창올림픽. '평창'이란 공통분모를 가진 이 둘은 무슨 관계일까?
올여름 내게 '2015평창비엔날레 홍보위원장'이라는 명함을 받은 이들은 하나 같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중에는 "아휴 수고 많으십니다. 2018년까지 계속 수고 많으시겠네요. 평창올림픽이 무척 힘들다는데…" 이런 인사를 건네는 분들도 적지 않았다.
이쯤 되면 어쩔 수 없이 '2018평창동계올림픽과 2015평창비엔날레'의 관계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강원도는 2년여전 동계올림픽 유치를 축하하고 우리의 문화예술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의지로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문화올림픽'으로 치르겠다"고 공표했다. 그리고 2달만에 2013평창비엔날레가 탄생했다. 급조된 탓에 첫회 2013평창비엔날레는 '졸속 행사'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다. 비록 1회때의 절반 예산(12억5000만원)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작가들을 초대하고 콘텐츠를 준비했다. '평창비엔날레' 살려내기에 뜻을 모은 듯 스탭과 작가들도 '의리'로 뭉쳤다.
하지만 열악한 현실은 어쩔 수 없었다. 번듯한 전시장 하나 없는 평창의 약점을 극복하고 평창 알펜시아의 스키하우스와 컨벤션센터, 용평리조트 드래곤플라자에 가벽을 치고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을 전시했다. 목장의 일부도 전시장으로 끌어왔고 터미널문화공간도 활용했다.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린 주제 전시 외에도 특별전 '포스트 박수근'과 'DMZ별곡'을 용평리조트에 이어 강원도 여러 지역에서 순회 전시하며 '찾아가는 비엔날레'로 만들었다. 12월22일까지 총180명의 작가 작품 315점이 총 215일간 17개소에서 소개되고 있다.
올해 평창비엔날레 홍보 마케팅은 평창 알펜시아에서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아시아 최고의 여름음악축제 '제12회 대관령국제음악제'와 함께 낮에는 전시, 밤에는 음악이 있는 행복한 '한여름의 문화예술 축제의 현장'으로 이미지 메이킹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전국에서 휴가차 모여든 문화예술애호가와 가족들, 사회적 리더들의 관심을 받았다.
필자는 주 임무인 홍보 이외에도 여러 곳의 협찬사와 홍보대사(중견탤런트 김영호) 찾기, 미술계 최초의 '모바일 카드 뉴스' 제작 등을 함께 했다. 예산부족으로 어렵게 태어난 평창비엔날레가 2회를 끝으로 사라지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런 노력은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더라도 이후 평창비엔날레가 꿋꿋한 생명력으로 꽃피어 강원도는 물론, 세계 작가들이 참여하는 힐링아트의 본고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비전을 공유해 가능했다. '문화'는 서서히 크는 나무다. 어린 나무가 큰 나무가 되고 숲을 이루게 되면 그 숲을 찾는 이들은 시원하게 드리워진 그늘에서 심신을 치유받고 예술 문화 샤워를 즐길 수 있다.
만약 평창비엔날레가 정치와 행정의 실적용 비엔날레로 추락해 올림픽이 끝난 후 곧바로 없어진다면, 그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올림픽은 도시국가끼리 전쟁도 멈추고 함께 어울렸던 문화축제였다. 이번 평창비엔날레도 문화축제같은 올림픽을 지향한 고대의 아름다운 올림픽 정신이 살아있는 전주곡이기를 바란다. 평창올림픽 이후 평창과 강원도의 존재 가치를 이어가고 발전시키기 위한 문화적 재도약의 계기가 만들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