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부산 장병호 기자]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스무 살을 맞이해 내세운 것은 바로 '아시아 영화의 현재와 미래의 만남'이다. 그동안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아시아 거장 감독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유다. 대만과 중국을 대표하는 감독인 허우샤오시엔과 지아장커도 신작을 들고 부산을 찾았다. 세월의 깊이를 더한 작품들로 올해 영화제를 더욱 의미 있게 만들었다.
허우샤오시엔 감독이 부산에 들고 온 영화는 8년 만의 신작인 '자객 섭은낭'이다. 당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장군의 딸이었으나 여승에게 납치돼 무술을 연마한 자객 섭은낭의 이야기를 그렸다. 무협영화를 표방했지만 '자객 섭은낭'은 액션보다는 사람이, 그리고 사람보다는 자연 풍경이 더 눈에 들어온다. 은유와 함축으로 이뤄진 아름다운 시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의 오묘한 무협영화다.
지난 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그동안 타이페이영화제와 금마장영화제의 조직위원장을 맡아 일하는 바람에 신작 준비가 늦어졌다"고 새 작품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를 밝혔다. 기존 무협영화와는 전혀 다른 연출 스타일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무협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오직 영화만을 생각하며 인생을 살아온 거장의 깊은 철학도 접할 수 있었다.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상업영화든 예술영화든 감독이라면 자신이 영화에 무엇을 담아 보여주려고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며 "영화감독은 지식인의 마음으로 현실에서 피하고 싶지만 알아야 하는 것, 비극과 고통도 영화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고 영화감독이 갖춰야 할 태도를 밝혔다.
지아장커 감독은 '산하고인'을 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그동안 중국의 현실적인 문제를 다뤄온 지아장커 감독은 이번 새 작품에서 1999년과 2014년, 그리고 2025년이라는 세 가지 시간대를 통해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스토리를 통해 시간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표현을 영화에 담고자 했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그동안 절제된 연출로 현실을 날카롭게 담아냈던 지아장커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새로운 연출 스타일을 시도했다. 적극적인 음악 활용 등이 그렇다. 세월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였다. 지아장커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면서 우리 몸에 피가 흐르는 듯한 느낌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전까지는 감정을 억누르고 객관적인 거리에서 인물을 바라봤다면 이번에는 클로즈업 등을 통해 감정이 폭발할 때는 폭발시키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