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민간 소극장인 삼일로 창고극장이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40년 만에 결국 문을 닫았다.
28일 삼일로창고극장 정대경 대표(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는 "그동안 적자 누적으로 인한 운영의 어려움 속에서도 어떻게든 버티려 노력했으나 방법이 없어 결국 폐관하게 됐다"며 "1975년 개관 이래 선생님, 선배님, 동료, 후배들의 혼과 흔적이 쌓인 공간의 역사성 또한 지켜내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삼일로창고극장은 당초 건물주가 개축하겠다고 한 2016년 문을 닫을 예정이었으나 임대료 등 운영상 어려움으로 지난 26일자로 문을 닫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난으로 폐관·재개관을 거듭하다 2011년 태광그룹이 후원을 결정하면서 기사회생했지만 2013년 지원이 끊겼고 지난해 7월 대관 공연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2년간 밀린 월 임대료 330만원과 직원 1명의 월급 등이 버거워지면서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삼일로 9길 12에 자리잡은 삼일로 창고극장은 1970년대 국내 소극장운동을 이끌었던 곳으로 국내 연극사에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다. 165.3㎡(약 50평) 규모로 객석 100석을 갖췄다.
연출가 방태수(70)가 1975년 명동성당 뒤편 삼일로 큰 길 옆 언덕배기에 자리잡은 허름한 창고 건물을 사들여 '에저또 창고극장'으로 꾸미면서 역사가 시작됐고 1977년 배우 추송웅(1941~1985)이 모노드라마 '빠알간 피터의 고백'을 초연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박정자, 전무송, 유인촌, 윤석화 등이 이 무대를 거쳐 갔으며 '유리동물원' 등 현재까지 공연하는 연극도 이곳에서 초연했다.
서울시가 2012년부터 추진한 '미래유산'에 삼일로 창고극장을 포함시켰지만, 실질적인 지원과 혜택은 없었다.
13년 간 창고극장을 이끌어온 정 대표는 "머지 않은 시기에 새로운 곳에서 삼일로창고극장의 정체성을 이어 가겠다"며 "삼일로 창고극장이라는 이름만은 꼭 지켜가겠다. 내년을 목표로 지방으로 가든지 해서 다시 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민간 소극장인 서울 중구 삼일로창고극장. 운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40년 만에 문을 닫았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