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금융>은행

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시지프스의 신화

최근에 옷(회사)을 갈아 입었다. 펜을 든 20년 동안 딱 두번째다. 아직은 생소하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도 같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다. 새로운 시작이다.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을 만났다. 그동안의 나를 스스로 평가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따뜻한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일부는 차갑거나, 뜨겁거나, 미지근한 사람도 있다. 짧은 과거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한다. 하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야할 운명이다. 나에게 퇴로란 없다.

차갑거나 뜨거운 사람을 만날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스'가 생각난다. 신의 눈밖에 난 시지프스. 그에게 엄청난 형벌이 주어진다. 신은 높은 바위산을 가리킨다. 그리고 기슭에 있는 큰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라고 한다. 시지프스는 온 힘을 다해 바위를 꼭대기까지 밀어 올린다. 하지만 바위는 제 무게만큼의 속도로 굴러떨어져 버린다. 시지프스는 다시 바위를 밀어 올려야만 한다. 시지프스는 다시 굴러 떨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산 위로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운명이 된다.

어쩌면 옷을 갈아 입은 나의 운명이 시지프스와 같은 운명인 지 모른다. 차가운 사람도 따뜻하게 맞아야 한다. 한 번, 두 번, 언제까지 바위를 산 위로 올려야 할 지 모른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살아 있는 동안 반복해야 하는 숙제다.

늦은 퇴근길 전철역에서 한 편의 시를 만났다. 가슴을 뛰게 한다. 시 제목은 '길에 대하여(박수진)'다.

'길이 멀어도/갈 길이 멀어 아득하여도/걸어서 닿지 못할 곳 세상에 없다/종일을 걷고 한 달을 걷고/일 년을 걷고 십 년을 걷고/그래도 모자라면/일생을 걷고 걸어보아라/길이 멀어 막막하다고/돌아올 길을 미리 걱정해/주저앉아 울던 날 있었던가/한 번 뿐인 인생/한 번 지나가는 세월/걷고 또 걸어서/이르지 못할 곳 세상에 없다'.

부딪치고 부딪쳐서 깨지지 않는 것은 없다. 편견이나 삐딱한 시선도 결국 깨져야 할 대상일 뿐이다. 다시 바람부는 낭떠러지에 섰다. 두렵다. 무섭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 거센 바람을 가슴으로 이겨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로 천길 낭떠러지다.

누구에게나 편한 삶은 없다. 나름의 무게를 안고 산다. 그 사람이 무엇을 하고, 어떤 지위에 있건 그 만큼의 무게를 안고 살아 간다. 그래서 남을 부러워 하는 건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내 안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언제나 높은 곳을 바라볼 순 없다. 탈무드에 이런 말이 나온다.'모든 고통은 비교에서부터 온다'고. 비교하는 삶은 늘 피곤하다. 현실을 받아 들이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고은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이 반복으로부터'라고. 낯선 곳을 찾았다.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가 그랬던 것 처럼 나도 오차장을 따라 나섰다. 맛있는 삶을 원했다. 열 중에 셋은 반대했다. 말은 안했지만 "많은 것을 던질 용기가 있느냐"는 반문이었다. 하지만 낯선 곳이 그리웠다. 응원해 주는 사람도 많다. 내가 좋아하는 지인인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40대 중반을 넘어 훌훌 털고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부럽다"고. 걷고 또 걸어서 이르지 못할 길이 없다는 말을 믿는다. 시지프스의 형벌이 끝나는 날까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