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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자연사박물관, 알파고, 그리고 인류의 미래



#1. 지난 8일 화요일, 취재를 위해 서울 연희동에 있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을 찾았다. 궁금증을 안고 찾아간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의 첫 인상은 '어른보다 아이들이 좋아하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곳의 전시관은 아이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전시물을 배치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자연사는 멸종에 대해 배우는 것"이라는 설명을 들은 뒤에는 이곳이 다르게 보였다. 기나긴 지구의 역사 속에서 그동안 5번의 대멸종(생명체가 대규모로 멸종하는 것)이 있었으며, 현재는 6번째 대멸종이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였다. 다가오는 대멸종의 주인공은 현재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사뭇 충격적이면서도 설득력 있게 들렸다.

#2. 다음날인 9일에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첫 번째 대국 현장을 찾아갔다. '세기의 대결'로 불릴 정도로 높은 관심을 증명하듯 현장에는 수많은 국내외 기자들이 모여들어 인간과 인공지능의 바둑 대결을 지켜봤다.

대국을 지켜볼 때까지만 해도 많은 이들이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예상했다. 체스처럼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패배한 사례도 있었지만, 체스보다 경우의 수가 더욱 복잡한 바둑에서만큼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대국이 끝나갈수록 판세는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마침내 알파고의 승리로 첫 대국이 끝나자 기자들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3.며칠 뒤 온라인에서 이세돌 9단과의 알파고의 대국을 패러디한 게시물을 봤다. 영화 '터미네이터' 2편의 장면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에 빗대 편집한 영상 캡처였다. 절묘한 편집과 자막에 웃음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이게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주 살짝 섬뜩함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이번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지켜보면서 자연사박물관에서 접했던 대멸종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쩌면 6번째 대멸종 이후 지구는 기계가 지배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물론 허황된 생각이다. 세상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번 '세기의 대결'도 앞으로 한 달이 지나면 많은 이들의 뇌리에서 지워질 것이다.

하루하루 사는 것에 바쁜 사람들에게 먼 미래를 내다보는 일은 요원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토록 빠른 세상의 변화 속에서 인간의 가치를 되새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우리가 잊고 지낸 인간의 가치였다. 이번 대결은 잠시나마 인류의 미래를 생각해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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