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개봉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오래 전 개봉한 영화를 스크린에서 다시 만나는 '재개봉'이 극장가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극장가의 '재개봉'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작품은 바로 '무간도'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다. 지난 17일 개봉한 이들 영화는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다양성영화 부문 2위와 3위를 차지하며 작지만 의미 있는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무간도'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각각 2003년과 2004년에 국내 개봉해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화제작이다. 특히 '무간도'는 2011년에 이은 두 번째 재개봉임에도 꾸준히 관객을 모으며 영화의 변함없는 인기를 증명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도 재개봉에 맞춰 OST 음반을 재발매 하는 등 과거의 인기를 다시금 재현하고 있다.
재개봉 열풍은 다음달에도 계속된다. 오는 31일에는 홍콩 장국영 주연의 '성월동화'가 극장가를 다시 찾는다. 교통사고로 연인을 잃은 한 여자와 그 연인을 꼭 닮은 홍콩 비밀경찰의 운명적 만남을 그린 멜로영화다. 장국영의 추모 13주기인 4월 1일에 맞춰 개봉을 해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 재개봉은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친 무삭제 버전으로 상영한된다.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주연의 로맨스 영화 '비포 선라이즈'는 20주년을 기념해 오는 30일 재개봉한다. 유럽에서 만난 두 남녀가 함께 보내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지금까지도 최고의 로맨스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힌다.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으로 이어지는 로맨스 3부작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제51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제71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주연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다음달 13일 재개봉한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참혹한 수용소 안에서 가족을 지켜낸 아버지 귀도의 이야기를 웃음과 눈물로 담아낸 걸작이다.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이어져온 재개봉은 지난해 '이터널 선샤인'이 개봉 당시의 2배가 넘는 49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본격적인 불을 지폈다. 관객 입장에서는 오래 전에 본 영화의 추억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기회이자 개봉 당시 놓친 영화를 다시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영화사 또한 재개봉작일수록 비교적 판권료가 낮은 만큼 수익 측면에서도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재개봉 열풍이 지나칠 경우 다양성영화 시장을 오히려 침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성이 증명된 만큼 재개봉 열풍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