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易)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삶의 지혜가 될 수 있다. 필자가 항상 하는 얘기지만 삶의 비바람이 몰아치는 시기를 읽을 수 있다면 완전히 피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바람막이 정도는 준비할 수 있다. 또한 공연한 외출을 삼감으로써 위험에 노출됨을 막을 수도 있다. 이러한 이치를 우리 선인들이 선험(先驗)하였기에 후손들에게 역의 원리를 알고 이해하여 삶의 여정에 활용하도록 한 유산인 것이다. 이는 맹목적인 믿음과도 다른 것이며 무조건적으로 기적을 기대하는 어리석음과도 다른 것이다. 역은 삶의 여정 현재에 적용되는 응용과학인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역학을 점사(占事)에 비유하며 깍아 내리려 한다.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오랜 세월 동안의 경험과 직관으로부터 오행의 속성과 상호작용에 따른 법칙을 발견하게 된 것이고 이를 일러 역학이라 하였다. 상당한 통계성과 확률성을 가지고 있음을 간파한 옛 선인들은 이를 인간의 운기의 흐름에도 그대로 반영할 수 있음을, 각자가 타고난 네 기둥과 여덟글자(사주팔자)의 상징과 표상의 정확성이 마치 사계절의 변화를 우리 인간이 거스를 수 없음과 같이 통찰하게 된 것이다. 우리 인간에게 인공지능의 두려움을 안겨준 알파고처럼 인생의 바둑판 한 수 한수를 최적화하여 헤쳐 나갈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옛날의 선비들은 반드시 사서삼경 중의 한 과목으로서 주역을 공부하게 하여 천지자연의 움직임과 수를 알아 자신을 다스림은 물론 세상사에 거스름이 없도록 한 것이니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역학의 과학성과 통계성은 긍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본인의 명조 구조를 역학적으로 해석한다면 12지지 중 어떤 날이 긍정에너지로 다가오고 어떤 날이 조심해야 하는 에너지로 다가오는 줄을 상당한 적중률을 가지고 준비할 수가 있다. 다만 기호의 조합을 제대로 풀고 분석하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지만 얕은 앎을 가지고 돈벌이로만 역학을 활용하는 이들로 인해 역학의 신뢰성을 훼손시키고 있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인터넷상에서도 운명감정을 위하여 컴퓨터로 사주를 보거나 작명을 하는 사이트가 많이 있다. 사주를 감정하는 요소인 십간십이지로 구성된 육십갑자, 오행음양의 원리와 신살, 대운의 적용, 십이운기의 작용 등 여러 음양오행의 요소를 데이터화하여 생년월일만 입력하면 한 장의 도표처럼 사주명조가 화면에 보여 진다. 그러나 각각의 신살이나 음양오행의 나열만으로 인간의 앞 일을 도식화하여 풀어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통찰과 직관까지 더해져야 하는 것이다. /김상회역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