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박명(美人薄命)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용모가 아름다운 사람은 운명이 기박하거나 가혹(苛酷)하다는 말이다. 가인박명(佳人薄命)이란 말도 같은 뜻이다. 한 마디로 미인은 팔자가 사납다 라고 보는 것이다. 원래 가인박명이라는 말은 송나라 때의 유명한 문장가이자 관리였던 소동파(蘇東坡)의 칠언율시인 '박명가인(薄命佳人)'에서 나온 말이라 한다. '옛부터 아름다운 여인의 운명은 짧다더니 문 닫고 봄 다하자 버들꽃 떨어진다'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소동파가 항주(杭州)와 양주(楊州)의 지방 장관으로 있을 때 우연히 들린 절간에서 나이 팔십을 넘긴 여승을 우연히 봤는데 그렇게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용모가 꽤나 출중했었기에 젊었을 때는 얼마나 더 아름다웠을까를 생각하며 그녀의 아리따웠을 소녀시절을 회상하며 미인의 박명함을 지은 것이라 한다. 어떤 사연이 있었기에 그렇게 아름다운 미모를 지니고서도 출가를 하게 되었을까를 짐작해보니 필경 피치 못할 사연이 있었으리라 본 것이다. 보통 박명(薄命)하다 함은 명이 짧다고 해석하는 일이 많으나 사실은 운명이 기박하다는 말이므로 팔자가 사나운 것을 나타낸다. 소동파는 북송(北宋)때 사람이니 이미 중국의 4대 미녀라 불리는 서시·왕소군·초선·양귀비의 경우를 보아 미인박명을 시로써 읊은 것이다. 다들 경국지색(傾國之色)의 대표적 예로서 불리는 인물들이며 지극한 총애를 받았으나 말로는 모두가 비참했다. 물고기가 호수에 비친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 넋을 잃어 헤엄치는 것조차 잊었다는 서시(西施), 기러기가 구슬프게 비파를 연주하는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 날갯짓하는 것조차 잊어버려 그만 땅으로 떨어져버렸다는 왕소군, 밝은 달도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에 구름 뒤로 숨어버리게 했다는 초선, 꽃조차 양귀비의 미모 앞에서는 부끄러워했다는 묘사는 서로 다른 시대를 산 절세미녀들였지만 한결같이 삶은 비극적이었다. 그러하였기에 소동파는 가인박명을 얘기한 것이다.그러나 현대적 관점에서는 아름다운 용모는 남자나 여자나 훌륭한 자산이다. 남자에 종속되는 삶이 운명지어진 전근대적인 시대 상황에서는 여자는 주체적인 삶을 살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바뀌고 생각도 바뀌었다. 미인박명이라 할지라도 우선은 예쁘고 싶고 아름다워지고 싶은 것이 본능일 것이다. 지난 날의 역사나 지금의 외모주의가 이를 대변한다. 팔자구조가 탄탄하다면 실력으로 인하여 삶의 질은 수준이상을 향한다.그리하여 본인만 지혜롭고 자기 관리를 잘 한다면 미인박명보다야 낫지 않을까 싶다. /김상회역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