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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은교'의 정지우 감독, 그가 말하는 의미 있는 '4등'(인터뷰)

영화 '4등'의 정지우 감독./손진영 기자 son@



스포츠 소재 영화에는 익숙한 공식이 있다. 시련과 역경을 이겨내고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의 기쁨과 희열을 강조하는 것이 그렇다. 그러나 지난 13일 개봉한 '4등'(감독 정지우)은 스포츠 영화지만 그런 희열을 그리지 않는다. 대신 1등의 기쁨 뒤에 있는 어두운 이면을 바라본다. 그곳는 구조적으로 대물림되는 '폭력의 순환'이 있다.

'해피엔드' '사랑니' '은교' 등을 연출한 정지우(47) 감독이 4년 만에 신작 '4등'으로 돌아왔다. 영화는 수영 대회에서 늘 4등만 하는 소년 준호(유재상)가 국가대표 출신 코치 광수(박해준)를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를 통해 스포츠계의 폭력, 나아가 한국 사회의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현실적이면서도 공감가게 담아내고 있다.

영화 '4등'의 정지우 감독./손진영 기자 son@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장편영화다. 정지우 감독은 2006년 개봉한 옴니버스 영화 '다섯 개의 시선'에 수록된 단편 '배낭을 멘 소년'으로 인권위와 함께 작업한 바 있다. 이번에도 인권위의 제안을 선뜻 수락했다. 상업영화보다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였다.

"아마 상업영화였다면 '4등'이라는 제목을 쓰지 못했을 거예요(웃음). 처음 인권위와 작업한 단편은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마음이었다면 이번에는 대중영화로 관객들이 충분히 따라올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했어요. 인권영화라고 하면 사람들을 옥죄면서 반성하게 만드는 강박이 느껴지잖요. 그러지 말고 '재미있게 영화를 만들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영화 '4등'./프레인글로벌, CGV 아트하우스



정지우 감독은 인권위로부터 받은 여러 가지 자료를 통해 스포츠계의 폭력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수영을 소재로 한 그래픽 노블 '염소의 맛'을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수영 영화를 구상했다. "기록이 안 나와서 물속에서 울고 있는 선수의 모습"이 바로 '4등'의 출발점이었다.

'4등'을 통해 정지우 감독은 폭력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의 문제임을 이야기한다.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선수와 코치들을 만나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문제의식 때문이다. 영화는 광수의 선수 시절을 담은 흑백 영상으로 시작한다. 정지우 감독은 "국가 주도의 엘리트 스포츠가 한 개인에게 압박을 하면서 행하는 폭력이 그 사람의 피부에 붙었다 다른 사람의 피부로 옮겨가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는 사실 국가 대항 경기가 아니라 개인의 스포츠잖아요. 그럼에도 사람들은 한국 선수, 혹은 한국계 선수가 승리했을 때 환희를 느꺄요. 그 모습이 조금은 과하다는 생각이에요. 물론 승리가 기쁘지 않은 건 아니지만요. 사실 국가대표가 스포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과정 뒤에는 엄청난 희생이 있어요. 심지어 국가대표가 된 사람도 은퇴한 뒤에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하고요."

영화 '4등'의 정지우 감독./손진영 기자 son@



영화는 스포츠계의 폭력과 함께 자식에게 지나치게 큰 기대를 거는 부모의 현실도 함께 꼬집는다. "준호가 맞는 것보다 4등을 하는 게 더 무섭다"고 말하는 준호의 엄마(이항나)가 이를 잘 보여준다. 누군가는 이런 엄마가 지나치게 과장된 모습으로 느껴질지 모른다. 그러나 정지우 감독은 "나 역시도 준호의 부모 같은 상황이라면 고민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저는 광수나 준호의 부모 모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딜레마에 대해 고민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좋은 사람이니까요. '4등'이 익숙한 스포츠 영화였다면 지금과는 다른 엔딩이 됐을 거예요. 보는 이들도 마음에 안심이 됐을 거고요. 하지만 그게 정말 현실이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잖아요. 그래도 아이가 일련의 과정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 그리고 이를 버텨내는 모습만큼은 보여주고 싶었어요."

정지우 감독은 청년필름의 전신인 영화제작소 청년에서부터 영화 감독으로 활동해왔다. 90년대에 사회성 짙은 단편영화로 주목을 받은 정지우 감독은 '해피엔드'를 시작으로 충무로로 무대를 옮겨 섬세한 감성을 지닌 작품으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다.

'4등'은 제작비 6억원으로 만들어진 저예산 영화다. 정지우 감독은 "관객들이 편하게 볼 수 있으면서도 사회적으로 쓰임이 있는 영화를 만든 것 같다"며 "작고도 어렵게 만든 작품이라 더욱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영화가 들어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있는 영화 시장의 안타까움을 토로하면서도 "'4등'이 그런 영화들이 나올 수 있는데 힘이 되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영화 '4등'./프레인글로벌, CGV 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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