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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4등'을 응원한다



지난 주말 정지우 감독의 영화 '4등'을 다시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극장가도 춘궁기로 한산하다고 하지만 이날은 비가 내려서인지 꽤 많은 사람들이 각자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르기 위해 극장 로비에 모여 있었다.

'4등'이 상영되는 상영관 안에는 스무 명 남짓한 관객이 앉아 있었다. 예상보다는 적은 관객이었다. '4등'은 스타 배우가 등장하는 영화는 아니다. 그럼에도 재미와 완성도를 모두 갖춘 작품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선택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걱정은 영화가 시작되자 이내 사라졌다. 상영관 안 관객들의 몰입도와 집중력이 여느 영화 못지않게 강했기 때문이다.

'4등'은 수영대회에서 매번 4등만 하던 소년이 국가대표 출신 코치를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다. 스포츠가 소재지만 영화는 우승의 기쁨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우승의 기쁨을 누리기까지 겪게 되는 폭력과 상처, 슬픔과 아픔을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영화는 '1등'이라는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담고 있다.

다소 무거운 이야기지만 영화는 현실적인 공감대로 관객에게 편안하게 다가간다. 박해준, 이항나, 최무성 등 중견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 그리고 쉽지 않은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해낸 아역 배우 유재상의 열연이 영화를 빛낸다. 극중 수영 장면은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든 멋진 수중 촬영이라는 점에서 인상 깊다.

다시 '4등'을 보면서 첫 관람 때 놓쳤던 여러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영화의 주제를 함축한 "맞을 짓을 했으니까 맞는 것"이라는 대사가 영화 시작부터 여러 차례 나온다는 사실도 두 번째 관람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 영화를 볼 때는 답답한 현실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두 번째로 영화를 보면서는 자신의 의지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는 소년의 모습에 조금이나마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

영화를 다시 보면서 개봉 전 인터뷰에서 만난 정지우 감독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정지우 감독은 "영화 시장도, 관객도 독창적이고 새로운 저예산 독립 영화에 점점 더 인색해지는 것 같다"며 "후배 감독들에게 힘이 되고 싶지만 선뜻 권하지를 못하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4등'은 대중적이면서도 사회적인 쓰임도 있는 영화"라며 조심스럽게 기대를 나타냈다.

정지우 감독의 말처럼 '4등'은 6억원이라는 저예산으로도 대중적이면서도 완성도 있는 영화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점점 더 상업화되는 영화 시장 안에서 '4등' 같은 영화가 힘을 얻어야 하지 않을까. 극장을 나서면서 '4등'을 조금 더 응원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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