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마다 찾아오는 영화 축제가 있다. 바로 전주국제영화제다. 그동안 디지털 영화와 독립영화 등 다양한 소재와 주제의 작품들로 영화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온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로 17회를 맞이했다.
'전주, 봄이 영화도시'를 슬로건으로 내건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영화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데 초점을 맞춰 프로그램과 행사를 준비했다. 또한 전통과 첨단을 아우르는 '영화도시'로서 전주를 강조했다. 오는 28일 개막하는 전주국제영화제는 45개국 총 211편의 영화로 풍성한 축제를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 개막작은 전설적인 재즈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의 이야기를 그린 '본 투 비 블루'다. 쳇 베이커의 1960년대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그의 성공과 몰락, 그리고 다시 재기에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가 재즈 선율과 함께 펼쳐진다. 할리우드 배우 에단 호크가 주인공 쳇 베이커 역을 맡아 직접 트럼펫을 연주하며 명연기를 선보였다.
폐막작은 류승완 감독의 데뷔작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디렉터스 컷이다.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됐던 작품으로 디지터 리마스터링과 재편집을 통해 8분 정도가 줄어든 버전으로 첫 선을 보인다. 이상용 프로그래머는 "한때 독립영화의 기수였고 이제는 한국영화의 대표 감독이 된 류승완 감독을 다시 만나는 자리"라며 "전주국제영화제가 어떻게 성장해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폐막작 선정의 의미를 설명했다.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전주국제영화제
영화제 기간 동안에도 다양하고 새로운 작품들이 대거 상영된다. 한국영화 중에서는 김수현 감독의 '우리 손자 베스트'와 김종관 감독의 '최악의 여자'가 화제작으로 손꼽힌다.
'우리 손자 베스트'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장편 제작 프로젝트인 '전주시네마프로젝트 2016' 선정작으로 '귀여워' '창피해' 등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여온 김수현 감독의 신작이다. 키보드 워리어인 청년 교환과 애국보수 노인 정수의 비범한 관계를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최악의 여자'는 '폴라로이드 작동법' '조금만 더 기다려' 등의 멜로영화로 특유의 감성을 보여준 김종관 감독의 신작이다. 소설 출간 기념회에 맞춰 서울에 온 일본 작가 료헤이가 자신의 소설처럼 곤경에 처한 여자 은희를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한예리, 이희준, 권율, 이와세 료 등이 출연한다.
청춘 스타들이 출연하는 영화도 있다. 배우 지우와 아이돌 그룹 갓세븐 멤버 박진영(주니어)가 주연한 '눈발'이다. 눈이 오지 않는 마을 고성으로 이사한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그렸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정봉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배우 안재홍은 자신이 직접 연출하고 주연까지 맡은 영화 '검은 돼지'로 전주국제영화제를 찾는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영화도 있다. '미국에서 온 모리스'는 독일로 이주한 흑인 소년 모리스의 성장영화로 흔한 성장영화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 색다른 구성이 흥미로운 작품이다. 만년 단역 배우가 일생일대의 오디션 기회를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 일본영화 '배우로 산다'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상영관과 행사 장소를 모두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로 집중시켰다. 또한 야외상영장으로 돔 형태의 '지프 스테이지'를 새로 조성해 영화제의 축제성을 강화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영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강연 '시네마톨로지클래스', 영화인들과의 토크 시간을 마련한 '시네마, 담(談)' 등의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거리 공연 등 다채로운 부대 행사도 만날 수 있다. 영화제는 오는 28일 개막해 다음달 7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