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닉 음악은 차갑다. 기계로 만들어진 사운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악을 듣다 보면 그 차가움 속에 인간적인 감성이 배어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일렉트로닉 음악은 많은 것을 상상하게 만든다. SF 영화의 사운드트랙으로 일렉트로닉 음악이 자주 쓰이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M83의 음악도 그렇다.
프랑스 출신 일렉트로닉 밴드 M83이 지난 24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졌다. 2001년 데뷔한 M83은 안토니 곤잘레즈가 주축이 된 원맨 밴드로 국내에는 2003년 발표한 세 번째 앨범 '비포 더 던 힐즈 어스(Before the Dawn Heals Us)'로 이름을 알렸다. 2011년에는 두 장의 CD로 구성된 '허리 업, 위어 드리밍(Hurry Up, We're Dreaming)'으로 빌보드 앨범 차트 15위에 오르면서 대중적인 인기도 얻었다.
이번 내한공연은 새 앨범 '정크(Junk)'의 발매를 기념해 진행하는 월드 투어의 일환이다. M83은 한국 일렉트로닉 밴드 윔(WYM)의 오프닝 공연에 이어 무대에 올랐다. '허리 업, 위어 드리밍'의 수록곡 '리유니언(Reunion)'을 첫 곡으로 연주해 공연 시작부터 객석을 열광시켰다. 새 앨범에 수록된 '두 잇, 트라이 잇(Do It, Try It)'을 연주하자 관객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한국에 처음 온 M83을 반겼다.
M83의 밴드 이름은 바다뱀자리에 있는 나선 은하에서 따왔다. 팀명에서 알 수 있듯 M83의 음악은 마치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SF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 그리고 영화 '오블리비언'의 사운드트랙 작업 등이 M83 만의 매력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이날 공연도 M83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전자음이 주가 되는 사운드를 밴드 구성으로 완벽하게 재현해 관객의 귀를 사로잡았다. 무대 뒤에 설치된 화면에서는 마치 우주를 여행하는 듯한 비주얼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허리 업, 위어 드리밍'에 수록된 발라드 '웨이트(Wait)'를 연주할 때는 은하수가 화면 가득 펼쳐지면서 마치 우주에 온 듯한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M83은 특별한 멘트나 세트 체인지 없이 공연을 이어갔다. "한국에서 첫 공연을 하게 돼 기쁘다"며 인사말을 전한 안토니 곤잘레즈는 노래 중간 중간마다 "서울"을 외치며 관객을 열광시켰다. 밴드 멤버들은 록 밴드를 방불케 하는 무대 퍼포먼스로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국내에서 광고 음악으로 쓰여 친숙한 노래 '미드나잇 시티(Midnight City)'를 연주할 때는 공연장 전체가 열광의 도가니가 된 듯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번 공연에서 M83은 80분 남짓한 시간 동안 18곡의 무대로 한국 팬들에게 잊지 못할 무대를 선사했다. '쿨러스(Couleurs)'와 '로워 유어 아이리즈 투 다이 위드 더 선(Lower Your Eyelids to Die with the Sun)'으로 이어진 앙코르 무대는 마치 우주에서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수놓는 듯 했다. 공연장에 함께 한 2300여명의 관객들이 하나가 된 황홀한 순간이었다.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