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마지막 주말, 서울 올림픽공원은 또 다시 음악의 향연으로 빠져들었다. 서울재즈페스티벌 2016이 열렸기 때문이다. 올해로 10회를 맞이하는 서울재즈페스티벌은 27일 전야 행사를 시작으로 28일과 29일까지 3일에 걸쳐 총 44팀의 공연으로 5월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서울재즈페스티벌은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 페스티벌이다. 2007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시작했으며 2012년부터 올림픽공원으로 무대를 옮겨 재즈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음악 축제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8일 오후에 찾은 올림픽공원은 때 이른 더위에도 이미 수많은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잔디마당에 마련된 메이 포레스트(MAY FOREST) 스테이지의 피크닉 존은 일찍부터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이 깔아놓은 돗자리로 빈틈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때마침 무대 위에서는 에스페란자 스팔딩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3번의 그래미를 수상한 뮤지션 에스페란자 스팔딩은 지난 3월 발매한 새 앨범의 레코딩 프로젝트인 '에스페란자 스팔딩 프레젠트: 에밀리스 디+ 에볼루션(Esperanza Spalding presents: EMILY'S D+EVOLUTION)'으로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세션과 코러스와 함께 뮤지컬을 보는 듯한 이색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 마련된 스파클링 돔(SPARKLING DOMW) 스테이지에서는 일렉트로닉 뮤지션 플라잉 로터스의 공연이 이어졌다. 플라잉 로터스는 힙합, 일렉트로닉, 재즈 등 다양한 장르가 혼재된 음악으로 켄드릭 라마, 스눕 독 같은 흑인 뮤지션은 물론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과 교류해온 아티스트다. 홀로그램 영상을 활용한 독특한 무대로 유명한 플라잉 로터스는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도 비주얼 아트를 연상시키는 이색적인 공연으로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맞은편인 올림픽 핸드볼경기장의 핑크 애비뉴(PINK AVENUE)에서는 '음유시인'의 무대가 펼쳐졌다. 싱어송라이터 루퍼스 웨인라이트의 공연이었다. 2013년 내한공연으로 한국을 찾은 바 있는 루퍼스 웨인라이트는 피아노와 기타라는 심플한 악기 구성에 특유의 매력적인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공연장을 한층 감성적으로 만들었다. 특히 2012년 발표한 앨범 '아웃 오브 더 게임(Out of the Game)'의 동명 타이틀곡 무대에서는 함께 작업을 했던 마크 론슨이 깜짝 등장해 피아노 연주를 맡아 관객을 열광시켰다.
해가 지고 선선해지자 아름다운 재즈 기타 선율이 올림픽공원을 감싸 안았다. 재즈 기타리스트 팻 메시니가 메이 포레스트 스테이지에 올라 공연을 시작했다. 안토니오 산체스(드럼), 그윌림 심콕(피아노), 린다 오(베이스)와 함께 무대에 오른 팻 메시니는 감성적인 음악으로 재즈 페스티벌다운 공연을 선사했다.
같은 시간 스파클링 돔 스테이지에는 젊은 관객들이 모여들었다. 지난해 '업타운 펑크(Uptown Funk)'로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디제이 겸 프로듀서 마크 론슨의 디제이셋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마크 론슨은 소울·펑크 음악을 중심으로 한 믹싱으로 공연장을 클럽으로 만들었다. 특히 '업타운 펑크'가 나올 때는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하나가 돼 춤을 추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데미안 라이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제이미 컬럼 등의 전야 공연으로 시작된 서울재즈페스티벌 2016은 28일 공연에 이어 29일에도 코린 베일리 래, 테렌스 블랜차드, 바우터 하멜, 제이슨 데룰로 등 해외 아티스트와 장범준, 정준일, 방백 등 국내 아티스트의 공연으로 축제를 이어갔다. 국내에 몇 안 되는 흥행 페스티벌답게 라인업은 물론 공연 내용까지 충분히 만족할만한 음악 축제였다.
다만 매년 높아지고 있는 인기 때문에 생기는 불편함도 없지 않았다. 메이 포레스트 스테이지의 피크닉 존은 일찌감치 자리가 차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스탠딩석에서 공연을 봐야 하는 상황도 생겼다. 또한 각 스테이지별 타임 테이블도 제각각이어서 마치 뷔페에 온 것처럼 공연을 관람해야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