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misogyny)가 한국사회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여성혐오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하거나 증오하는 태도를 뜻한다. '혐오'라는 표현으로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 표현이지만 사실 여성혐오는 한국 사회 속에 깊이 뿌리내린 문제 중 하나다.
여성혐오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게 된 것은 지난달 17일 강남역 인근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이 발단이 됐다. 남녀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살해당한 사건이다. 범인으로 체포된 30대 남성이 경찰에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 아무 여자나 죽이려고 했다"고 진술한 사실이 알려지자 여성들을 중심으로 피해자에 대한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다. 여자라는 이유로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에 대한 애도였다.
여성혐오와 성 평등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이번 사건은 그러나 '남성 대 여성'의 성 대결 구도로 이어지며 소모적인 논쟁을 낳았다. 여성들은 자신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는 피해와 차별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였지만 대부분의 남성들은 '우리도 그렇다'는 대꾸로 일관했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의 현실이 모습을 드러내자 어떻게든 그것을 외면하려는 태도였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은 한국사회에서 성 평등에 대한 생각이 여전히 미성숙함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연예와 대중문화 분야에서도 여성혐오의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연예계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성(性) 자체를 대상화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다. 여자 배우에게만 '여배우'라는 표현을 쓴다. 그리고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여자 연예인을 레드카펫의 '꽃'이라고 부른다. 여자 아이돌에게는 섹시하거나 귀여운 모습을 요구한다. 이런 표현과 태도 또한 여성만을 구분 지으려 한다는 점에서 광범위한 의미의 '여성혐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자 역시 남자이기에 여성혐오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여자들이 일상에서 겪는 차별과 공포를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지만 마음으로까지 느끼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쓸 때도 알게 모르게 여성혐오의 태도가 기사에 녹아들 때가 있다. 익숙한 잘못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기에 더욱 조심하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 여성혐오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그 시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