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도 '무적함대'의 위력을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일(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유럽 원정 첫 상대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1-6으로 졌다.
1996년 12월 아시안컵 8강에서 이란에 2-6으로 패한 뒤 20년 만에 나온 '완패'다. 슈틸리케 감독도 지난해 9월 대표팀 감독 부임 이후 최다실점을 맛봤다.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상승세를 탔던 슈틸리케호는 유럽의 강호를 만나 현실적인 실력 차이를 확인했다. 나와서는 안 될 치명적인 실수까지 모두 실점으로 이어졌다. 어렵게 따낸 슈팅 기회에서도 결정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축구 전문가들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신문선 명지대학교 교수는 원정 경기에 따른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와 체력 문제에서 참사의 원인을 찾았다. 신 교수는 "유럽리그에서 뛰는 해외파 선수들이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컨디션이 극도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동안 소속팀에서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들은 전반 중반 이후 체력이 급감했다"라고 분석했다.
장지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강팀을 상대로 한 경기 운영방식에서 패착이 시작됐다고 꼬집었다. 장 위원은 "중원에서의 압박 플레이가 손쉽게 뚫렸다. 수비의 실수도 나오면서 대량 실점으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년 만의 최다 실점 패배에 "혹시 감독의 책임이라고 말하고 싶으면 말해도 문제가 없다"며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가 끝난 뒤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이렇게 큰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며 "TV를 통해 스페인을 꾸준히 지켜봤고 강점도 충분히 인지했지만 현장에서 본 스페인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강팀이었다. 유럽과 아시아가 다른 대륙이지만 다른 세계의 축구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이날 경기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이어 슈틸리케 감독은 "이 경기를 통해서 많은걸 배워야 한다. 우리 스스로 반성하고 고쳐 나가야한다"며 "어릴 때부터 선수를 육성해야 대표팀의 실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스페인 대표팀에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스페인과의 경기를 마친 태극전사들은 2일 오후 잘츠부르크 공항을 통해 프라하로 이동한다. 체코와의 평가전은 오는 5일 열린다. 체코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9위에 올라 있는 유럽의 강호다. 슈틸리케 감독은 "정신적으로 우리가 딛고 일어나야한다"면서 "극복하지 않으면 체코와의 경기에서 또 참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