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스승에 대한 존경의 념(念)은 대단했다. 유교적 체제에서는 스승은 어버이만큼 때로는 어버이보다도 더욱 존경하고 따라야 할 대상으로서 부모로부터는 신체를 받아 나왔다면 스승은 정신의 부모가 되는 셈이다. 게다가 참된 스승은 제자가 스승을 능가하는 발전을 보일 때 더할 나위 없는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 보통 이러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배움'을 전제로 한다. 그것이 학문이 되었든 도가 되었든 기술이 되었든 말이다. 스승은 반드시 인문학적인 가르침을 주는 자만이 스승이 아니다. 유가가 득세하기 이전부터 모든 학문에 앞서 도(道) 즉 하늘과 땅과 자연 그 가운데 인간을 아우르는 허공과 우주를 포함하는 모든 질서의 이치와 그에 대한 온전한 합일을 이루는 것이 인간으로서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었고 그 궁극의 도달을 위해 여러 분야의 학문이 의미를 가졌던 것이다. 그러나 물질문화가 대세를 이루기 시작한 후천세부터는 전통적인 의미의 스승은 설 자리를 잃은 듯하다. 현대의 학문과 예술 등 여러 분야에 있어 후학을 가르치는 일도 다소돈의 경중에 따라 상업적 관계로만 성립되어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돈이 없는 사람은 배움의 기회도 상대적으로 적지만 물질이 삶을 지배하는 가치가 되어버리면서 진정한 사제지간을 유지하기란 쉽지가 않다. 이런 의미에서 현대의 스승과 제자는 다만 재주와 기술만을 습득하고 전수받는 정도라고나 할까? 게다가 종종 신문이나 TV보도에서 보듯 학생들의 교사에 대한 막말과 막행동, 학교에 와서 자신들의 자녀를 나무랬다고 교사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학부모를 보자면 아! 시대가 어쩜 이렇게 흉포해진 건지 가슴이 아프다 못해 망연자실해지기까지 한다. 모든 사건에야 전말이 있기야 하겠지마는 과거의 가치관이 변화하는 세상살이 속에서 사제지간의 관념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겠지마는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양식과 품격까지 하향적으로 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스승님에 대한 언급조차도 조심스러운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기우일까? 더 이상 신문지상에서 교권이 부당하게 침해당하고 사제지간의 불신의 벽을 쌓는 그런 일은 정말 사라졌음 좋겠다. 가르치는 위치에 있다고 해서 모두가 다 훌륭한 스승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오늘 날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의 철학과 사상과 인의예지와 아름다운 사람살이의 소중한 가치를 깊고 넓게 한 것은 모두 크고 작은 스승들의 역할이었다. 청주의 홍종근, 정헌주, 지금은 안 계신 단원 선생님, 오늘의 필자를 이끌어 주신 세분 스승님들을 그리며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김상회역학연구원 02)533-88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