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이번 수사를 두고 기업사정, 친일기업 꼬리표 떼기, 법조비리 물타기 등 다양한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야권은 검찰의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와 관련, 공정하고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하면서 정치적으로 악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재경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1일 구두논평에서 "문제가 있으면 분명히 밝히고 처벌해야 하는 건 맞지만 사정정국을 활용해 국면을 장악하려 한다거나 전 정권의 비리를 파헤쳐 국면을 전환하려 한다거나 하는 정치적 악용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와 관련해 대체로 말을 아끼면서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대기업이 또다시 비리 수사 대상에 오른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가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군기잡기식 기업사정
롯데그룹은 이명박 정부 시절 제2롯데월드 인허가를 받았다. 부산 롯데월드 부지용도 변경, 맥주 사업 진출, 면세점 운영사업 수주 등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재계에선 지난 4·13총선 이후 박근혜 정부와 여당이 '군기잡기식' 기업 사정를 통해 국면을 전환하려 한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아온 롯데그룹을 압박해 여권의 위엄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다는 것이다.
특히 롯데의 경우 일본에 근본을 둔 회사로 대기업 군기잡기와 함께 '친일파' 꼬리표 떼기에도 좋다. 한 재계관계자는 "레임덕으로 흐르는 분위기를 바로잡고 여소야대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대기업 기획 수사라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대기업 중 롯데를 지목한건 현 정부의 일본색 지우기 작업으로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사회공헌활동과 대외협력 활동이 가장 활발한 롯데그룹의 위치를 감안해 신동빈 회장에게 까지는 칼을 대지 않는 모습이다. 검찰은 현재 그룹 2인자인 이인원 롯데쇼핑 정책본부장 부회장과 황각규 정책본부 사장 등의 핵심 임원을 향해 출국 금지 조치를 취했다. 다만 해외에 있는 신 회장을 향해서는 아직 두고본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현재까지 검찰이 신 회장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만큼 신 회장의 해외일정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홍만표를 살려라, '법조비리' 물타기
최근까지 전직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의 법조비리가 수사가 한창이었다. 이와 함께 정운호 네이쳐리퍼블릭 대표의 법조비리까지 드러난 상황에서 검찰은 롯데그룹의 비자금 수사를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홍만표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할 것이라 약속한 검찰은 이제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를 정면으로 내세웠다. 사실상 전 검사장 출신의 법조비리기 때문에 검찰 스스로를 들춰야 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우선 자신부터 들춰야 한다. 검찰로써는 부담스러운 수사다. 여론 또한 홍만표에게 쏠린 상황에서 결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검찰 내부 고위관계자를 직접 쳐내야 할 수도 이는 상황"이라며 "이런 와중에 평소 내사 중이었다는 이유와 함께 롯데그룹을 들추는 것은 국면을 전환하기에 가장 탁월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비자금 수사는 수사 자체만으로도 연예인 범죄기사와 함께 사회적 이슈를 뒤집기 좋은 수단이다. 지난해 검찰은 신세계그룹의 비자금을 2차례나 수사했지만 현재까지 특별한 혐의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수사만으로 대기업에 압박을 넣을 수 있으며 검찰의 주요 사안을 흐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