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와의 갈등을 가까스로 봉합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을 담은 정관 개정을 통해 올해 21회 영화제를 정상적으로 개최할 뜻을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23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동호 조직위원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기자회견에 참석해 향후 영화제의 운영 방향을 공개했다.
영화제 명예 집행위원장에서 초대 민간 조직위원장으로 다시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하게 된 김동호 위원장은 먼저 최근 영화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한 사과로 말문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년 8개월 동안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국내외 영화인들에게 죄송하다.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지키고자 노력해온 영화제에 지지와 성원을 보내준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동호 조직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부산국제영화제의 운영 원칙을 제시했다. △ 20년 동안 일관되게 지켜온 독립성과 자율성,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나갈 것 △ 작품 선정에 있어서 프로그래머의 자율성을 보장할 것 △ 빠른 시일 내에 정관을 개정해 작품 선정 작업을 차질없이 진행할 것 △ 영화제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을 수렴애 조직과 사업, 운영 전반에서 혁신을 이어갈 것 등이다.
그동안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시와 갈등을 빚으면서 올해 21회 영화제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지난달 24일 임시총회를 통해 김동호 명예 집행위원장을 조직위원장으로 추대함으로써 부산시와의 갈등을 가까스로 봉합해 행사 개최를 위한 첫 발판을 마련했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올해 영화제 개최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올해 영화제를 안 하면 내년에 할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만큼 올해 영화제를 연다는 건 영화제를 지키는 핵심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준비 시간이 부족한 만큼 부대 행사는 전체적으로 축소될 것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영화제의 본령인 상영작 프로그램만은 지키겠다는 것"이라며 "작품 선정에서는 어떤 양보도 타협도 없을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지킨 사례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전 세계에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상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보이콧을 선언한 국내 영화인들의 마음을 돌릴 필요가 있다. 강수연 조직위원장은 "한국영화가 없는 '국적 없는 영화제'는 만들 수 없다"고 호소했다. 김동호 조직위원장은 "영화인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하나는 전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과이고 또 다른 한 가지는 정관 개정을 통한 영화제의 자율성 보장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과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영화제 측의 판단이다. 김동호 조직위원장은 "전임 조직위원장을 대신해서 제가 사과를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정관 개정에 대해서는 "적어도 7월 말까지는 정관 개정을 마쳐 영화제를 준비하는데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6일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정관 개정이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영화제 정상 개최에 대한 강한 기대를 나타냈다. 김동호 조직위원장은 "20년의 성장통을 딛고 부산국제영화제가 새로운 20년을 향해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