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고대 암호에는 음표암호라 하여 음표 하나하나마다 알파벳을 대치시켜 의미를 부여하였고 또는 점자암호라 하여 점을 이용하여 미리 약속된 의미를 통하게 하여 남이 알아서는 안 되는 중요한 내용을 은밀히 소통을 하였던 것이다. 현대 암호는 훨씬 복잡한 시스템을 이용하여 보다 고도화된 비밀스런 메시지 전달에 응용하는데 아무튼 암호의 일차적인 목적은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스런 메시지를 누군가에게 보내려할 때 우선적으로 사용했던 것 같다. 가장 간단한 암호의 방법은 문장의 글자 순서를 바꾸는 방법으로서 옛날이나 지금이나 흔히 사용해온 것으로 보이는데 의외로 암호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재밌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비밀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겠다. 이러한 암호의 효용은 개인의 사생활뿐만 아니라 집단 간의 의사전달, 전쟁 등에서 그 진가를 발휘해왔다. 제2차 세계대전이 연합군의 승리로 끝날 수 있었던 데도 암호해독의 역할이 지대하였다.
그러나 필자는 단연코 말하건대 개개인의 사주팔자 역시 인생의 암호라고 말하고 싶다. 한 사람의 인생여정이 어떠한 방향으로 어떠한 길흉화복을 겪으며 펼쳐 나가지는지를 여덟 글자에 담겨있다고 하는 이것이 암호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옛 사람들은 양반 가문에 남자 아이가 태어나면 주역에 밝은 집안의 어른인 할아버지나 친척 어른들이 태어난 아기의 평생 사주를 뽑았다. 그리고 그 다음에 이름을 지었다. 남아 선호사상이 강했던 전통 사회에서 가문을 계승해야 하는 후손의 운명을 미리 점치면서 평생에 닥칠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태어난 아기의 사주명조를 조명해 보는 것은 선천운인 사주팔자를 감명해보는 것이 일차적인 목적이요, 이차적으로는 혹여 사주상의 길흉을 살펴 때때마다의 방편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살펴보는 중요한 작업이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사주감명과 이에 대한 방비책(?)을 준비할 때까지는 이름도 바로 짓지를 않았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양반가문들의 선비들이 호적이며 족보에 올라가는 정식 이름(본명)인 자(字)외에도 어린 아이 때 부르는 이름인 아명(兒名)이 따로 있었고, 성장하여 벼슬에 나가거나 하면 아호를 비롯한 호칭을 짓는데, 이 역시 사주명조 상의 여러 부족한 요소를 후천적으로 보완하거나 도와주는 기운을 감안하여 운명의 방편을 삼고자 한 이유이니, 이렇다고 본다면 인생의 항로에 있어 타고난 사주명조인 여덟글자는 1차적인 암호요, 이름은 2차적인 암호라 할 수 있다. /김상회역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