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수저 흙수저 이야기는 이른바 수저계급론이라고 하는 것으로 부의 대물림을 말한다. 취업이 어렵고 등록금은 비싼데다가 세를 들어가야 하는 원룸이나 고시원 등의 쓸 곳은 많고 돈은 없으니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났으면 하고 바라는 게 당연해 보인다. 씁쓸한 현실을 담은 수저계급론이다. 한 사람의 상황을 보면서 이런 것이 금수저이고 저런 것은 흙수저라고 딱 잘라서 말하기 힘들지만 사주를 보면 월주(月柱)에 재관인(財官印)이 모여 있으면서 희신이나 용신인 사람은 부모가 부자이다. 월지(月支)에 인성이 있는데 희신이나 용신이고 어릴 때의 대운이 좋으면 부모덕을 보게 된다. 자, 그렇다면 부모의 음덕에 관련해서 두 사람의 경우를 보자. 둘 다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이다. 마흔 초반의 같은 나이에 한 사람은 교수이고 한 사람은 자영업자이다. 교수는 금수저 자영업자는 흙수저로 보인다. 부유한 부모 밑에서 자라 든든한 지원을 받고 외국으로 유학을 다녀와 교수가 됐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은 돈 걱정이 끊이지 않는 부모 밑에서 자라고 간신히 대학을 졸업해서 작은 가게를 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이렇게 빤하게 보이는 그림처럼 생각되지만 사주를 보면 정반대이다. 지금 교수인 사람은 스스로 학비를 벌면서 대학교를 다녔고 맨손으로 미국 유학을 갔다. 고생을 타고나 그런 노력의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그렇게 바라던 교수가 될 수 있었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부러워 할 부자아빠의 자식으로 태어나 돈 걱정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고 펑펑 쓰고 다니는 재미로 살았다. 그러나 아버지 사업이 무너지면서 불행이 시작됐다.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니 취업도 못하고 집에는 더 이상 돈이 없었다. 지금은 작은 가게를 열어 어렵게 먹고 살지만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두 사람의 경우는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오히려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왔다. 흙수저로 태어난 사람이 흙수저 때문이 아니라 흙수저 덕분에 성취를 이루었음을 알 수 있다. 월주에 재관인이 있다고 해도 기신이면 부모가 빈천하다. 월지에 정인이 충극되었다면 부모의 유산을 기대하기 어렵다. 월간에 재성이 있지만 약하고 비견이나 겁재가 극할 때도 유산이 없다. 더구나 인성이 용신을 파괴하는 사주라면 부모 때문에 고생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이런 사주를 지녔다면 요즘 젊은이들은 자기가 바로 흙수저라며 부모 탓을 하고 운명을 한탄할지 모른다. 그러나 교수와 자영업자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사주가 문제라기보다는 사주에 모든 것을 떠넘기는 생각이 오히려 문제이다. /김상회역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