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중하고 정교한 금고는 어떤 유명한 기술자라도 열기 힘들다. 그런 금고를 손쉽게 열 수 있는 건 열쇠이다. 굳게 닫힌 문을 여는 것도 작은 열쇠이다. 살면서 힘겨운 일에 처하는 것은 누구나 겪는 일이다. 그럴 때는 앞뒤가 모두 막힌 듯 답답하다. 그런 일을 당하는 사람들은 금고나 문을 쉽게 열어주는 열쇠처럼 곤경을 벗어나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필자는 그렇게 인생의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곤경을 풀어주는 열쇠로 기도를 우선 꼽고 싶다. 기도는 자기의 힘으로 어찌하기 힘든 일들을 종교의 힘이나 초월적 존재에 의지하는 의례의 하나이다. 불교에서의 독경과 기독교에서의 주기도문 등이 그런 예라고 할 수 있다.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하는 기도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생각대로 이루어진다는 마음으로 기도를 올릴 때 응답도 빠르고 가피도 크다. 불교에서 행해지는 기도에 약사기도는 몸에 질병이 생겨서 고통을 받을 때 올리는 기도이다. 사람은 생로병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다. 약그릇을 양손으로 받쳐 들고 있는 약사여래는 인간의 고통 중에서 가장 중한 질병의 치유를 가장 중하게 여긴다. 약사여래에게 기도를 올리면 쌓아온 업이 소멸되면서 마음이 가벼워지고 질병 또한 가벼워진다. 관음기도는 관세음보살에게 청하고 불공을 드리는 기도이다. 관세음보살의 모습은 마치 어머니처럼 후덕한 모습인데 이는 대중의 아픔을 안아주는 자비로움을 보여준다. 불교를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관계하지 않고 누구나 관세음보살을 부르면 외면하지 않고 가피를 내려 준다. 고난에 빠진 사람이나 가족의 복락을 구하는 사람들이 많이 올리는 기도이다. 칠성기도는 우리의 생활 속에서 많이 익숙한 기도이다. 어릴 적에 어느 집에서나 어머니가 새벽에 정안수를 놓고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이 바로 칠성기도에서 온 것이다. 북두칠성을 향해 마음을 다해 빌던 토속적 민속신앙을 불교에서 받아들인 것이다. 칠성기도는 자손의 번창을 바라고 자손의 삶이 더 윤택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올리는 기도이다. 자손들에게 재앙이 멀어지게 하고 복이 가깝게 다가오도록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자손들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도 빨리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올린다.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고비를 만나게 된다. 감당할 수 없는 힘겨움에 주저앉아 버리고 싶은 때가 있다. 그런 순간에는 기도의 힘에 기대어 보는 게 좋다. 심신의 매듭이 풀리면서 인생의 매듭도 풀려나간다. 그렇게 다시 살아갈 힘을 준다. 곤경에 처했을 때 기도는 열쇠가 된다. /김상회역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