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여름이 왔다. 많은 이들이 휴가를 떠날 생각으로 들뜨는 계절이다. 그러나 영화 담당 기자에게 여름은 그다지 반갑지 않은 계절이다. 극장가 최고의 성수기를 맞이해 대작 영화들이 일제히 쏟아지기 때문이다.
올 여름 기대작들도 하나둘씩 베일을 벗고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부산행'이 지난주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인천상륙작전'도 리암 니슨의 내한에 맞춰 15분 분량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공개했고 곧 언론시사회를 가질 예정이다. '덕혜옹주' '터널' '국가대표2' 등도 제작보고회를 마치고 본격적인 개봉 준비에 들어갔다.
이쯤 되면 직업병처럼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올 여름 흥행작은 과연 어떤 영화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물론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의 추세를 본다면 어느 정도 예측은 할 수 있다.
올 여름 한국영화들은 크게 본다면 두 가지 범주로 묶을 수 있다. 바로 '애국심'과 '국가 비판'이다.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국가대표2'가 전자라면 '부산행' '터널'은 후자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국가대표2'는 스포츠가 소재인 만큼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와 하나로 묶기에는 다소 애매한 감이 없지 않다.
'인천상륙작전'과 '덕혜옹주'가 내세우는 애국심이라는 테마는 그동안 여러 영화를 통해 흥행성을 인정 받았다. 한국전쟁을 무대로 한 '인천상륙작전'은 멀게는 '명량'부터 가깝게는 '연평해전'까지 흥행 코드를 공유한다. '국제시장'으로 흥행에서 재미를 본 CJ엔터테인먼트의 작품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덕혜옹주'는 일제강점기가 무대이고 여성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지난해 천만 관객을 돌파한 '암살'을 연상케 한다. 검증된 애국심 코드로 흥행에 성공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에 '부산행'과 '터널'은 앞선 영화들과 정반대의 태도를 취한다. 국가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통해 현실의 답답함을 이야기한다. '부산행'은 이상 바이러스로 재난 상황에 직면했음에도 "정부를 믿고 기다려달라"는 정부의 무능함을 비꼰다. '터널' 또한 무너진 터널에 갇힌 사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부와 시민 사회의 갈등이 언급된다.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해 개봉한 '베테랑'과 닮아 있다.
아마도 여름 극장가를 찾는 관객들은 '애국심'과 '국가 비판'을 내세운 영화들 속에서 각자에 맞는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최근 "민중은 개, 돼지"라고 말한 한 고위 공무원의 발언이 대중의 공분을 산 것을 떠올리면 '애국심'보다는 '국가 비판'이 조금 더 우세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여기에 가장 큰 변수가 하나 있다. 올 여름 할리우드 외화들의 공세도 평소보다 매섭다는 것이다. 9년 만에 돌아온 '제이슨 본'과 DC 코믹스의 악당들이 뭉친 '수어사이드 스쿼드', 그리고 SF 시리즈 '스타트렉 비욘드'가 승자가 될 수도 있다. 올 여름 극장가는 여느 해처럼 한 작품이 흥행을 독식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