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입을 지키기를 병처럼 하라'(守口如甁)라는 말이 있다. 한 번 입 밖으로 나간 말은 병에서 엎질러진 물처럼 도로 주워 담을 수가 없음을 비유한 것이다. 이 외에도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라는 속담도 있으니 얼마나 말을 조심하고 입을 조심해야 하는지를 강조하는 속담인 것이다. 불교에 있어 가장 먼저 접하는 경(經) 중의 하나가 천수경(千手經)인데 이 경의 시작도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으로 시작한다. 입을 깨끗이 하는 다라니라는 뜻인데 우리 인간사에 있어서도 삼재구설(三災口舌)이라 하여 사람의 힘으로 안 되는 물, 불, 바람의 자연재해 삼재와 입과 혀로 인한 화(禍)를 인간사의 으뜸가는 재앙으로 삼았으니 입과 혀를 잘못 놀림으로 해서 겪는 해가 얼마나 극심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사람이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짓는 불선업(不善業)의 내용이 모두 열개인데 그 중에서도 입으로 짓는 업이 네 개나 된다. 거짓말하는 죄업, 헛된 말, 이간질하는 죄업, 악담하는 죄업 등이다. 우리 인간들은 모이면 남의 험담을 재미삼아도 하고 화가 날 때는 모진 말도 내뱉으며 사이가 틀어지기도 한다. 말로 얻는 상처는 비수가 되고 평생 씻지 못할 상처와 원한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때로는 싸움으로 번져서 사소한 시비 끝에 살인도 저지르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 되기도 한다. 특히나 현대는 가까운 사람 사이를 뛰언 넘어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악플로 엄청난 상처와 아픔을 주고 있다. 현대사회는 인터넷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하다 보니 진정 발 없는 말이 천리를 넘어 온 지구를 휘감는 세상이 된지 이미 오래다. 인터넷 상에서도 사람을 죽였다 살렸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주에 상관(傷官)이 강한 사람은 머리가 총명하고 두뇌회전도 빠르며 말을 잘하니 설득력도 뛰어나지만 입을 잘 못 다스려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자나 정치가 중에 상관격이 많은데 말과 글로 직업을 삼게 되나 그만큼 말 한마디, 글 한 줄 한 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태어난 날로 상관의 기운이 천간에 병(丙)이나 정(丁)화로 드러나 있다면 사람은 다른 천간의 사람들보다 가슴 속에 비밀을 잘 담고 있지 못한다. 해가 하늘에 드러나 비추니 가슴 속의 생각을 진득이 갖고 있지를 못하는 성향이 강한 탓이다. 그래서 친구 사이에서도 비밀을 잘 지켜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면 된다. 대신 이런 사람들은 뒤끝이 별로 없는 편이다. 몸 밖으로 생각을 뱉어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도 털어 놓을 때는 순간 마음이 시원한 것 같지만 돌아서면 괜히 얘기했나 싶은 것이 비밀이니 조금은 숙고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김상회역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