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중복이 지났지만 곧 마지막 삼복인 말복을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 여름의 고유 민속문화인 이 삼복은 옛적부터 여름철 대표적 보양식으로 사랑받아 온 견공(犬公)들의 수난이 심한 계절이다. 그나마 많은 인식의 변화로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식당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개고기 전문 음식점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에서는 아직도 개고기 식육 풍속이 공공연한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 TV를 보니 지방 도시의 개 도살장을 단속하는 과정이 보도되고 있었다. 그런데 개 도살장을 운영하는 사람은 단속돼도 그만 못 두니 벌금은 맞을 테니까 돈만 적게 나오게 해달라며 읍소를 하고 있었다. 그 도살장 주인은 20살부터 30년이 넘도록 이 업을 해오고 있는데 배운 게 이것뿐이라 다른 일도 못 한다면서, 예전보다 도살 물량이 십분의 일로 줄어드는 등 어려운 처지이니 벌금을 적게 맞을 수 있도록 해달라며 사정하고 있었다.
이런 광경을 보며 필자는 몹시 마음이 아팠다. 생계를 위해 배운 일이라고는 산 목숨을 죽이는 일이라는 것 자체가 괴로운 윤회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손에 피 묻히는 일은 누군들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을 것이며 먹고 사는 일이 급한지라 너도 싫어하고 나도 싫어하는 업종을 생계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존재의 슬픈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보면서 그 도살장 주인만 비난 받아야 할 일일까? 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불가에서는 내가 직접 짓는 나쁜 행동도 불선업이 되지만 남을 시켜서 하는 나쁜 행위도 똑같은 죄업의 무게로 보고 있다. 원하는 사람이 있으니 수요가 있는 것이고 당연히 공급원이 생기게 되는 인연법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필자는 이런 생각도 해보게 된다. 윤회는 전생과 현생에 서로 주고 받는 인과관계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했다. 우연도 없다고 했다. 허망한 사고로 갑자기 유명을 달리하는 경우나 친인척 간에도 황당한 죽음을 당하는 경우도 허다한데, 이것은 어찌 보면 서로 죽고 죽이는 전생의 업연 탓이 아닐까? 나의 식욕을 위해, 보양을 위해 잡아 먹은 소와 돼지와 닭과 개, 모두 우리 주변의 친근한 가축들이다. 이 생에서 나의 몸을 위하여 잡아 먹은 동물들이 다음 생에는 그 희생에 대한 대가로 사람으로 태어나고, 다시 육식을 하고.. 전생과 현생과 내생에 서로 주고 받는 인과응보의 인연법으로 끊임없이 윤회의 과보를 받는 인연의 고리 말이다. 증산교의 교주라 알려진 강증산은 이렇게 말했다. "칠산 앞 바다의 물고기도 다 자기 먹힐 사람한테 잡힌다."라고.. 이것은 인연법의 엄연함과 철저함을 비유한 말이다. /김상회역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