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병헌이 12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매그니피센트7'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손진영 기자 son@
배우 이병헌이 미국 서부의 무법자로 추석 극장가를 찾는다.
이병헌은 오는 14일 개봉하는 '매그니피센트7'에서 말보다 칼과 총의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는 미스터리한 암살자 빌리 락스를 연기했다. 영화는 1960년에 개봉한 서부 영화의 고전 '황야의 7인'을 리메이크했다. 7인의 무법자들이 정의를 지키기 위해 벌이는 통쾌한 복수극을 그렸다.
12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이병헌은 "아버지와 '주말의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던 어린 시절 '황야의 7인'을 본 기억이 어렴풋하게 있다. 그때 영화를 보고 커서 카우보이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몇 십 년이 지나 카우보이는 안 됐지만 배우가 돼 영화 속 7명 중 한 사람으로 참여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의미가 컸다. 캐스팅이 된 순간부터 영화를 보여드리게 된 지금까지 영광이고 감동으로 다가온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병헌은 2009년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을 시작으로 할리우드에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 '매그니피센트7'는 6번째 할리우드 작품으로 미국에서 처음으로 선한 역할을 맡아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병헌은 "선한 역을 하는 것에 대한 감흥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배우 입장에서는 어설픈 선한 역할보다 임팩트 있는 악역이 매력적일 때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역할은 원작에서 제임스 코번이 했던 역할이었다. 굳이 동양인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아도 될 역할임에도 감독과 제작자가 모두 동의한 가운데 저를 캐스팅했다는 것에 더 의미를 두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병헌에게 '매그니피센트7'은 두 번째 서부영화다. 그는 김지운 감독의 만주 웨스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통해 서부영화를 경험한 바 있다. 하지만 두 번째 서부영화라고 작업이 수월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말을 타는 방식이나 총을 잡는 방법 등이 한국과는 또 달랐다. 그래서 배우고 연습을 해야 했다"며 "새로운 기술을 연습하며 연기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에서 이병헌은 덴젤 워싱턴, 에단 호크, 크리스 프랫 등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날 첫 공개된 영화에서 이병헌은 극중 명사수 굿나잇 로비쇼를 연기한 에단 호크와 콤비로 등장해 탄탄한 연기 호흡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이병헌은 "에단 호크와는 실제로 의도적으로라도 친하게 지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촬영을 하면서 실제로 많이 가까워졌다"며 "예전에는 팬이었는데 그런 배우와 친구가 됐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할리우드 활동 계획에 대해서는 "딱히 포부나 계획 같은 것은 없다"고 털어놨다. 대신 그는 "운 좋게 미국에서 일하기도 하고 한국에서도 일하고 있는 지금이 어쩌면 배우로서 이상적으로 생각되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하다"며 "앞으로 어떤 나라의 어떤 작품을 하게 될지에 대해서는 늘 그렇듯 불안하면서도 기다리고 있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병헌은 올 추석 연휴에 '밀정'과 '매그니피센트7' 두 편의 영화로 관객과 만난다. "어떤 때는 한국영화를 사랑해달라고 말했는데 미국영화를 가지고 왔다"고 난처한 모습을 보인 이병헌은 "'밀정'과 '매그니피센트7' 다 잘 되면 좋겠다. 그래도 다른 명절보다 추석에는 서부영화가 아닐까 싶다"는 재치 있는 멘트로 영화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배우 이병헌이 12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매그니피센트7'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손진영 기자 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