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둘째 아들이자 형인 문종의 아우였던 수양대군은 병약한 문종이 승하하고 어린 조카가 왕위에 오르자 왕권을 탐내어 당대의 충신이었던 김종서와 황보인 등을 죽이고 단종을 몰아 낸 후 왕위에 올랐다. 그가 바로 세조이다. 세조는 자신 나름으로는 명분과 당위성을 내세우며 행한 거사이지만 그 과정에서 피비린내 나는 친족혈육은 물론 자신과 뜻을 같이 하지 않는 수많은 관료와 정적들을 살육하였다. 본인의 꿈은 이뤘으나 그의 비인간적인 행동은 세인의 비난을 받았고 스스로도 어린 조카와 많은 신하들을 죽인 것으로 인하여 항상 불안감과 죄의식 속에서 생활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항상 잠을 잘 때마다 식은 땀을 흘리거나 헛소리를 했다.이러한 현상을 두고 바로 이매망량이 괴롭힌다고 하는 것이다. 실제로 세조의 꿈 속에 단종의 어머니이자 형수였던 현덕왕후가 나타나서는 세조를 호되게 꾸짖다가 세조의 얼굴에 침을 탁 뱉었고, 그 후 세조는 꿈 속에서 침에 맞은 곳에 종기가 나기 시작하더니 온 몸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병으로 몹시 고통받았다 한다. 밤마다 수시로 꾸는 악몽 때문에 잠이 드는 것을 두려워하였다는 얘기처럼 이매망량은 불선한 죄업에 대한 불안함이나 두려움으로 인해 자신이 부르는 것이지 스스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음의 기운이라 꿈을 꾸는 도중이나 한 밤중에 잠자리에 들려하는 혼미한 의식 중에 나타나는 것이다. 원불교의 시조이자 교조인 소태산대종사는 이매망량을 설명하길, 과거 음(陰) 시대에는 몸을 받지 못한 이매망량의 무리가 많이 있어서 큰 나무나 성황(城隍)이나 명산대천에 의지하여 어리석은 대중의 정성을 많이 받고 있다가 제 기운보다 약한 사람이 저를 해롭게 하면 병도 주고 벌도 내린 일이 있었으나, 지금은 양(陽) 시대라 그런 무리가 감히 인간을 해치지 못한다고도 설명했음을 원불교의 대종경 안에서 볼 수 있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 대낮에 도깨비나 귀신을 보았다는 경우는 거의 볼 수가 없으니 음기운이 성해야 활동을 할 수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대의 기운이 양이라는 것이지 그렇다고 해서 아예 이매망량의 기운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옛 시절에 비해 산야와 물길이 많이 훼손되면서 많은 도로와 건물들이나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개발되었고 고정된 면적에 비해 인구 역시 엄청나게 증가하였기 때문에 환경적으로 양기운이 전통시절에 비해 많아졌다는 의미로 필자는 이해하고 있다. 지금도 낮 중이어도 깊은 산중 나무와 햇빛이 가리워진 음습한 곳이라면 역시 등골이 오싹할 수 있는데, 이렇게 음기운이 왕하다면 이매망량의 작용은 굳이 밤낮을 가리지 않을 수도 있다. /김상회역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