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검찰수사와 관련 롯데건설의 비자금(300억원 규모) 조성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최근 롯데건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 중 확보한 USB에서 2002년부터 10년 동안 20개 안팎의 업체를 통해 해마다 300억원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제시하고 있다. 검찰은 이 자금 중 일부가 그룹 정책본부로 흘러간 정황에 대해 신동빈 회장 소환조사에서 집중 추궁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에서 지목한 롯데건설의 비자금 규모가 10년 간 300억원 규모 정도로 미뤄봤을때 건설업계에선 신 회장 개인용도의 비자금이 아니라 건설사업장 예비비용일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비비용은 일반적으로 건설사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민원해결, 하자보수 등을 위해 따로 관리하는 비용을 칭한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롯데건설의 비자금으로 지목된 돈은 10년간 300억원 규모로 1년에 30억원 정도"라며 "100개 사업장으로 환산한다해도 사업장별로 연간 3000만원, 월 250만원 규모로 이는 신 회장의 개인 비자금이라기 보다 건설 현장의 예비비용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민원해결, 하자보수 등 건설업의 특성 때문에 관행적으로 쓰여온 예비비가 비자금으로 오해를 살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건설 사업장 수 백곳 모두를 감시하기는 힘든 구조로 예비비용은 사업장에 따리 사용돼 온 관행적인 자금이다"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과거 하도급 업체에 공사대금을 주고 이를 몰래 돌려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하는 수법이 많았다. 건설사가 비자금 조성의 온상으로 지목된 이유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의 99.4%가 하도급에 의한 분업을 시행했다. 건설산업기본법이 2단계까지만 하도급을 허용하고 있지만 3단계 이상의 불법하도급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등 부정의 연쇄고리가 조성될 여지가 있었던 것이 국내 건설계의 상황이다.
하지만 롯데그룹 측은 롯데건설의 비자금이 계열사 사장이나 그룹 오너와는 관계가 없는 사안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수 백 개의 사업장별로 각각 책임자의 권한이 부여된 상황이어서 사업장을 통한 비자금 조성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그룹 오너가 위험을 무릅쓰고 건설 현장을 통해 돈을 융통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주장이다.
물론 건설사와 하도급업체 간에 이뤄지는 하청·재하청 과정에서 일부 업체가 인건비나 자재비 등을 속여 비자금을 조성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 신 회장이 개입했는 지 여부다. 건설업계에선 개연성이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백개의 건설 사업장을 통해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 자체가 현실과 맞지 않다"면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만큼 원청업체가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형 건설업체가 전국적으로 수백여개의 사업장을 거느리면 현장의 현금거래를 모두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건설현장의 경우 현장조달 자재, 통신비, 비품비 등이 현금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아 현장소장 전결로 자금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본사에서 현장소장의 전결 자금 흐름까지 통제하기 힘든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