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내년 상반기 대우건설 매각을 본격 추진한다. 하지만 높은 매각금액과 해외사업 부진으로 매각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달 28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대우건설 지분 전량(50.76%)을 팔기 위한 매각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산업은행은 빠른 시일 내 매각 주관사 선정에 이어 매도자 실사를 거쳐 내년 1월 말 매각 공고를 낼 방침이다. 이번 매각의 핵심 원칙을 장부가격(투자원금 3조2000억원)이 아닌 시장가격 매각으로 정하고 의지를 시장에 내보이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매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이 상당하다. 가장 큰 이유로 높은 몸값이다.
현재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건설의 지분가치는 1조3330억원 수준으로 경영권 프리미엄(20∼30%)을 더한 대우건설의 적정 인수가는 1조6000억∼1조7000억원 수준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이는 2006년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인수 당시 6조4255억원에 비해 75% 가량 낮은 금액이고 산업은행이 2010년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 한 주당 가격은 1만5000원으로 1일 현재 종가 6320원을 감안하면 절반수준으로 몸값이 낮아졌으나 최근 건설업계를 감안하면 쉽게 감당할 만한 몸값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연 매출 10조원 규모에 올해 시공능력평가 기준 4위에 달하는 대형사를 쉽게 매수하는 기업이 쉽사리 나타나진 않을 것"이라며 "최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매각 금액도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대형건설사 입장에서는 인수하더라도 큰 시너지를 노리기 어려워 굳이 매수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며 "건설업체를 보유하지 않은 대기업 그룹사나 비상장사이지만 현금을 많이 보유한 업체 등이 인수의향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인수 후보군으로는 SK건설, 부영, 호반건설, 사모펀드(PEF) 등이 꼽히고 있다.
문제는 인수 후 시너지 효과다. 대우건설은 강점이었던 해외사업에서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어 매각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대우건설은 2014년 1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11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해외 부문의 매출 총이익률은 -7.5%로 지난해 3분기의 -4.3%보다 더욱 악화됐다. 해외 건설 실적 부진 여파가 크다.
대우건설의 적자는 동남아시아 일대 건축 프로젝트, 아프리카 발전 사업소 등 저가 해외 수주에 따른 것으로 업계는 이들 프로젝트의 적자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해외 프로젝트 손실로 인해 4분기 실적도 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내년 건설업황도 매각 성공의 분수령이다. 건설업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 건설사 특징 상 내년까지도 주택경기와 해외시장 침체가 계속된다면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다 보니 외국자본 매각설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국내 건설기업을 해외에 헐값으로 넘기는 것에 대한 여론은 곱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매각이 될 경우 헐값 논란이 계속 불거질 것이고 매각 과정도 잡음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특히 과거사례로 봐도 단기간 차익을 얻고 먹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