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1·3 부동산대책이 시행된 지 한 달 가까이 지나면서 가파르게 치솟던 부동산시장의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을 보이는 등 시장 변화가 감지된다.
정부는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과 경기도 과천, 성남, 하남 고양, 화성, 남양주 등 주택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이는 지역에서 전매제한기간을 크게 늘리고 이들 지역을 포함한 전국에서 청약1순위 자격을 대폭 강화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규제대책 적용 지역을 중심으로 청약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청약경쟁률도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규제의 직격탄을 맞은 강남4구는 기존주택 매매시장도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 분양권시장 직격탄, 기존 매매시장도 썰렁
11·3 부동산대책은 신규 분양시장을 규제하기 위해 시행됐지만 분양시장은 물론 기존 주택시장 위축까지 몰고 왔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규제의 직격탄을 맞은 서울 아파트 분양권 시장은 한 달 새 급속도로 얼어 붙었다. 단지 당 수백건에 달하던 거래도 1~2건에 불과할 정도로 줄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1·3 대책이 발표된 지난달 서울의 전체 분양권 거래량은 446건으로 전월(604건)보다 26.1% 급감했다. 지역별로도 강남과 강북 가릴 것 없이 하락했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는 강남구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모두 거래량이 줄었고 풍선효과를 기대했던 마포구, 성동구, 용산구, 영등포구도 조용한 편이었다.
신도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 달 새 거래량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동탄2신도시에 위치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수서고속철도(SRT)의 개통으로 거래량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문의조차 끊긴 상황"이라며 "당장 보이는 지역적 호재보단 전국구 악재가 많다 보니 시장자체가 심리적으로 위축된 것 같다"고 말했다.
◆ 서울 아파트값 2년만에 '하락'
기존 매매시장도 예상치 못한 유탄을 맞고 위축된 모양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그 전 주에 비해 0.02%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떨어진 것은 지난 2014년 12월12일(-0.01%) 이후 약 2년 만에 처음이다.
11·3대책 이후 한 달간 서울 아파트값도 0.05% 오른 데 그쳤다. 지난 9월 한 달 동안 1.21% 올랐던 것에 비하면 사실상 오름세가 꺾인 것이다.
집값 약세는 정부의 11·3대책의 집중 타깃이 된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주도하고 있다. ▲송파(-0.21%) ▲강동(-0.14%) ▲강남(-0.09%) ▲서초(-0.07%) 등이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송파구는 일부 단지에서 급매물이 나오지만 매수심리 위축으로 거래가 없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11·3대책 이후 실거래가가 최고 2억원 넘게 하락했다.
잠실에 위치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10월에 15억원 이상에 거래되던 전용면적 76㎡은 지난달 13억3000만원 정도에 매매됐다"며 "마지노선인 13억원선이 깨지면 하락세는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분양시장 1순위 청약 급감
서울·신도시 등 수도권 청약조정대상 지역에선 2주택 이상 보유자들의 1순위 청약을 막으면서 청약률이 크게 떨어졌다.
지난 2일 1순위로 청약을 마감한 서울 성북구 석관동 '래미안 아트리치'는 평균 경쟁률 5.0대 1을 기록했다. 지난 10월 성북구 장위뉴타운에서 분양한 '래미안 장위 퍼스트하이'(16.3 대 1)의 3분의 1수준이다.
대우건설이 분양한 '연희 파크 푸르지오'는 2순위에서 가까스로 평균 4.78대 1로 마감했고 서울 마포구에서 분양한 '신촌 그랑자이'는 평균 31.9대 1을 기록했다. 올해 1~11월 마포구의 평균 청약경쟁률이 69.28대 1이었던 점을 감안할때 절반으로 떨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청약조정대상 지역의 1순위 요건이 까다로워지고 재당첨 제한이 부활하면서 청약통장을 아끼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청약률이 떨어지고 집값이 약세를 보이면서 미분양과 역전세난에 대한 공포도 커지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내년부터 공급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하면 집값과 전셋값이 하락하고 역전세난이 나타날 수 있다"며 "정부가 대출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대출규제를 강화한다지만 주택시장이 무너지면 기존 대출이 부실화돼 경제전반이 흔들릴 수 있으므로 면밀한 모니터링과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