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집 사기 힘들어진다
문재인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와 함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조기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부동산 업계와 금융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미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중도금대출이 어려워진 가운데 DSR까지 도입되면 부동산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달 중으로 공청회를 열고 은행권과 DSR 조기도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DSR은 소득을 기준으로 상환 능력을 판단한다는 점에서는 DTI와 같지만 대출심사 시 원리금을 모두 반영하기 때문에 DTI보다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연내 도입 '유력'
당초 금융당국은 올해 안으로 DSR 표준모형을 만든 후 내년부터 시범도입, 이어 2019년부터 이를 본격적으로 적용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과열조짐을 보이고 문 대통령이 8월까지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DSR 도입과 확대 적용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역시 지난 13일 "금융위원회에서 추진 중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 모든 유형의 가계부채를 총체적으로 관리하고 대출단계에서 과도한 원리금 상환 부담을 미리 점검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DSR 조기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달 은행권과의 공청회를 토대로 8월 중 발표하는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DSR과 관련된 내용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써는 금융당국과 은행권을 중심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시중은행들이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개별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DSR 도입이 효과를 보기위해서는 LTV·DTI와 마찬가지로 규제비율이 중요하다"며 "DSR비율을 어느정도 수위에서 결정하느냐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이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높아지는 대출 문턱, 저소득·저신용자 어쩌나
DSR은 일반적으로 DTI보다 엄격한 지표로 평가받는다. 소득을 기준으로 대출상환 능력을 판단하는 것은 DTI와 동일하지만 DTI가 주택담보대출의 원금과 기타 대출의 이자만을 반영했다면 DSR은 모든 대출에 대한 원리금을 반영하고 이를 대출심사에 적용하기 때문에 대출 한도가 크게 낮아지게 된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전세대출의 경우 통상 2년 정도의 대출 기간동안 이자만 갚는 방식인데 비해 DSR이 도입될 경우 1년차에는 이자, 2년차에는 원리금을 모두 갚아야한다. 따라서 저소득층이나 저신용자는 대출이 어려워지고 부동산 시장에 자금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소득신고 시 각종 경비를 제외한 실제 가처분소득만 신고하는 자영업자들도 대출인정 한도 감소로 대출문턱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저소득층이나 실수요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차주의 미래 소득을 감안해 대출 한도를 정하는 신(新)DTI도 함께 도입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역시 미래에 추가 소득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40~50대는 대출한도가 축소되게 된다.
◆"실수요자·금융 취약층 피해 막아야..."
현재 DSR 상한선은 150%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대출 원리금은 연소득의 1.5배를 넘을 수 없게 된다. 전문가들은 제도도입에 앞서 실수요자와 취약층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DSR 도입시 금융 취약층에서 제2금융권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심화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부동산 버블이 꺼지기 직전에 사용했던 정책이 바로 DSR"이라며 "이것이 도입되게 되면 가수요가 모두 사라지면서 부동산 시장의 장기적인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또 "현재 가계부채 대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섣부른 규제는 사회적 양극화 등 더 많은 피해를 낳을 수 있다"며 "철저한 준비과정을 통해 지역별·계층별로 세분화해서 제도를 적용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선제적으로 서민들에 대한 대출이나 주거복지 정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