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 회장이 서울 을지로에 '부영타운'을 만들어가고 있다.
도심지의 대형빌딩을 연이어 사들이며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부영은 지난해 태평로 삼성생명 사옥과 을지로 삼성화재 사옥에 이어 이번에는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옛 외환은행 본점)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인수가 마무리되면 지난해부터 부영이 건물 매입에 쓴 자금만 2조원을 넘기게 된다.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KEB하나은행의 본점 건물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부영을 선정했다. 부영과 KEB하나은행은 다음달 중으로 이번 매각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3개월간의 실사를 거쳐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번 입찰에서 부영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6곳 중 가장 많은 9000억원대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81년 완공된 하나은행 본점은 업무용 빌딩으로 연면적은 7만5000㎡다. 하나금융지주는 2012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KEB하나은행 본점으로 이 건물을 사용해 왔다.
1983년 창업한 부영은 임대사업을 통해 재계 20위권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영의 자산규모는 22조원으로 가용할 수 있는 유동자산 규모도 5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실적도 견조하다. 지난해 매출은 1조6309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으며, 영업이익 역시 33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상승했다.
이 같은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부영은 지난해부터 대기업 사옥 3개를 연이어 사들이며 부동산 '큰 손'으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을 5717억원에 매입한 데 이어 9월에는 을지로 삼성화재 사옥을 4380억원에 사들였고 올해 3월에도 인천 송도의 포스코건설 사옥을 3000억원에 구입했다.
부영은 업무용 빌딩 외에도 호텔·리조트 등의 매입에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영은 지난 2015년 인천 송도의 대우자동차판매 부지를 3150억원에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안성 마에스트로CC를 900억원에, 강원 태백 오투리조트를 800억원에, 제주 더 클래식 CC&리조트를 380억원에 각각 매입했다.
업계에서는 부영의 이 같은 행보가 공공택지 축소와 뉴스테이 등으로 임대주택 시장이 변화하면서 임대사업의 수익구조의 다각화를 모색하려는 이중근 부영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부영이 사들인 건물들은 모두 수도권 알짜지역에 위치해 공실의 위험성도 적다.
부영 관계자는 "30년넘게 주택사업을 해온 이중근 회장은 부동산 안목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며 "시장 변화로 임대사업을 위한 택지가 줄면서 업무용 빌딩과 리조트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인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