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으로 시장이 주춤한 모습이다. 하지만 서울 뉴타운 사업은 순항하는 분위기다. 규제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데다 재개발 사업에는 오랜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어서다. 정부의 도시재생 정책으로 희소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흑석뉴타운 3구역'은 지난 22일 동작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다. 흑석 3구역에는 지하 5층~지상 20층 26개동, 총 1772가구가 들어설 예정으로 흑석뉴타운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다음달부터 이주를 시작해 내년 하반기에는 분양일정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두 번째로 규모가 큰 '흑석 9구역'도 이달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해 주민 공람기간을 거치고 있다. 이곳에는 지하 7층~지상 25층 21개동, 1536가구가 새롭게 건설된다. 흑석 11구역 역시 지난 6월 한국토지신탁을 사업대행자로 선정해 재개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흑석뉴타운과 함께 뉴타운 최대 기대주로 꼽히는 노량진뉴타운도 순항 중이다. '노량진뉴타운 1구역'은 지난 5일 조합 창립총회를 열어 조합장 선출과 이사진 구성 등을 마쳤다. 이달 중 조합설립신청안을 관할구청에 제출한 뒤 오는 9월께 인가를 받아 정비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흑석 3구역 조합 관계자는 "규제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조합원들의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며 "이번 관리처분인가를 받음에 따라 다음달 이주비 신청을 받을 계획이며 사업에 속도가 더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뉴타운 사업은 갭투자 등 다주택자를 겨냥한 8·2 대책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는 8·2 대책을 통해 서울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개발 사업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게되면 소유권 이전 등기 시까지 입주권 양도가 금지된다.
그러나 해당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은 지난 18일에 발의됐다. 규제는 개정안 시행 이후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는 조합부터 적용받기 때문에 흑석 3구역 등 사업시행인가를 이미 신청한 뉴타운은 관리처분인가가 나더라도 입주권 전매가 가능하다.
또 정부가 소규모 정비사업인 도시재생 정책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대규모인 뉴타운이 반사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당분간 강남권은 물론 서울 내에서 대단지 재건축·재개발 지정 및 사업진행이 쉽지 않아 뉴타운에 대한 희소성이 점점 더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뉴타운 '흥행불패'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하다. 올해 서울 민간단지 분양 중 최고 경쟁률은 뉴타운에서 나왔다. 지난 7월 신길뉴타운 '신길 센트럴자이'는 평균 56.9대 1로 수색·증산뉴타운의 '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평균 37.98대 1)이 가지고 있던 올해 최고 청약경쟁률을 갈아치웠다.
지난 17일 8·2 대책 이후 서울에서 처음으로 분양한 아현뉴타운 마포로6구역 '공덕 SK리더스 뷰'는 1순위 청약에서 195가구 모집에 6739명이 몰리며 평균 34.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반기에도 가재울뉴타운 '래미안 DMC 루센티아', 아현뉴타운 '마포그랑자이' 등이 대단지·브랜드 아파트가 분양을 앞두고 있어 시장의 관심이 높다. 다만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로 강화돼 수요자들의 자금조달 능력이 하락한 것은 여전히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8·2 대책으로 청약 경쟁률이 이전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지만 서울 내에서 새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는 여전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뉴타운 사업은 대단위로 진행되는 데다 입지가 좋은 편이기 때문에 하반기 분양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