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갈림길에 섰다.
서울시가 은마아파트가 제출한 최고 50층 정비계획안에 대한 심의를 또 다시 거부하면서 조합도 이제는 서울시 지침에 따라 최고 35층 계획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십 수 년째 고착 상태에 빠져있던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이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조합 추진위원회는 오는 27일 추진위 소집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회의의 주된 의제는 재건축 최고층수에 대한 합의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존 49층 계획을 고수할 것인지 서울시 가이드라인에 따라 35층으로 설계안을 변경할 지 여부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지난달 17일 은마아파트 조합이 제출한 최고 49층 재건축 계획안에 대해 미심의 처분을 내렸다. 서울시가 도시기본계획 2030플랜에 따라 3종 일반주거지역에는 최고 35층 이하 건물만 들어설 수 있게 했음에도 또 다시 49층 재건축안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1979년 완공된 은마아파트는 4400여가구로 강남구 대치동 노른자 입지에 위치해 '강남 아파트'의 상징으로도 통하고 있다. 2002년 재건축 조합설립 추진위가 승인됐지만 조합 설립단계에도 이르지 못한채 십수년째 고착상태를 유지해왔다. 2015년부터는 5차례에 걸쳐 서울시와 협상 등을 진행했지만 49층 계획안을 수정하지 않으면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은마아파트 조합은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와 같이 용도를 일반주거에서 준주거지역 및 일반상업 지역으로 변경해 최고 49층까지 증축을 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지난 6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영동대로 지하개발 계획안 발표와 서울시의 학여울역 일대 전시컨벤션센터 조성 계획 검토 소식이 근거다.
그러나 서울시는 은마아파트가 위치한 학여울역 일대가 아파트단지와 양재천으로 인해 주변과 단절돼 있는 주거지역으로 도시기본계획상 중심지로 설정된 곳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중심지 범역에 포함되지 않는 주거생활 중심의 제3종일반주거지역이기 때문에 35층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잠실 주공5단지의 경우 남서쪽으로 지하철 2·8호선 환승역인 잠실역과 맞닿아 있고 제2롯데월드와 롯데월드몰 등이 들어선 부도심 지역으로 서울시의 광역 중심지에 해당한다. 광역 중심지는 문화·업무·전시 등 도심 기능을 갖춘 지역으로 서울시는 광역 중심기능을 하는 준주거지역의 경우에는 50층을 허용하고 있다.
이제는 은마아파트 추진위 내부에서도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에 맞게 재건축 설계안을 35층으로 수정하고 빨리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35층 이하 입장이 워낙 완강해 앞으로도 계속 49층을 고집한다면 도계위 심의 통과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또 재건축 사업이 장기화하면서 조합원들의 새 집에 대한 욕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비슷한 사업단계에 있던 재건축 단지들은 이미 관리처분신청을 마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모두 피했고 일부 단지들은 벌써 이주를 시작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초고층을 고수하자는 강경파 조합원들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항방을 속단하기는 이르다"면서도 "35층 추진이 결정되면 서울시에서도 더 이상 계획안을 통과시켜주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재건축 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