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 가을 이사철을 앞둔 부동산 시장에 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이후 매매거래가 크게 위축됐고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대규모 이주가 본격화하면서 전세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6월 8663건에서 7월 9455건, 8월 1만846건, 9월 1만156건(신고일 기준) 등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재건축 이주가 본격화하고 있는 강남4구와 노원구 등에서 거래량이 늘었다.
송파구의 전세 거래량은 814건으로 955건을 기록한 노원구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강남구(798건)와 강동구(574건), 서초구(512건)에서도 거래가 많았다. 이들 지역에서는 올해 하반기 이주를 시작하는 단지가 많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는 약 4만9000가구다. 이중 42%인 2만400여 가구가 강남권에 몰려 있다.
지난 7월부터 이주가 시작된 강동구에서는 최근 두달 사이 전세가가 6.61% 올랐다. 5900가구의 둔촌 주공단지의 이주로 인근의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면적 84㎡의 전세가격은 지난 6월 5억원대에서 최근 6억원대로 1억원이 상승했다.
강화된 대출규제와 장기적인 집값 하락전망도 전세난을 부추기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데다 매매가격이 하향전망을 보이면서 실수요자들이 매매시장으로 새로이 진입하지 않고 계속 전세시장에 머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추석 이후로 부동산 시장은 본격적인 이사철에 진입하게 된다. 홀수해 가을은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가구가 많아 전세시장이 더 요동치기 쉽다.
업계에서는 추석 이후 정부가 발표를 예고한 '주거복지 로드맵'의 내용에 따라 전세시장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공공임대주택 연간 17만 가구 공급, 신혼희망타운 연간 1만 가구 공급 등의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전월세상한제와 임대차계약 갱신청구권, 전세대출 확대 등 세입자 보호와 전월세 시장 안정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월세상한제란 전월세의 연간 인상률을 제한하는 제도를 말하며 임대차계약 갱신청구권이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2년의 계약기간을 한 차례 연장해 최대 4년간 거주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대책이 전세시장 안정에 역부족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적임대주택은 중장기 대책인 만큼 당장 하반기 전세난을 막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월세상한제나 임대차계약 갱신청구권 역시 집주인들이 제도의 시행 전에 미리 집값을 올려 전세가격을 단기간에 상승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재건축 이주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강남권에 전세매물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대출규제로 발이 묶인 매수세도 전세시장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에 전세난을 덜어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