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은 크게 취약차주 구제방안과 대출 총량규제로 요약된다.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와 대출공급 억제를 동시에 시행해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에 대해 가계부채의 총량을 줄이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는 억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했다.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24일 공동으로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등 대출 총량규제를 통해 '빚내서 집 사는 시대'를 끝내고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가격 급등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대출규제가 풀리면서 두 자릿수로 늘어난 가계부채 증가율을 다시 한자릿수로 묶어두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대출심사 제도인 신 DTI를 내년 1월부터 시행하고 DSR의 내년 하반기 도입을 통해 대출규제를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대책에는 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대출 보증 한도 축소 등 집단대출에 대한 규제도 포함됐다. 내년 1월부터 수도권과 광역시, 세종시 등에서 HUG의 중도금대출 보증한도가 기존 6억원에서 5억원으로 줄어든다. 보증비율 역시 90%에서 80%로 축소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내용들이 이미 예고됐던 부분들인 만큼 당장 시장에 가져올 충격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리적인 영향으로 매수세 둔화는 불가피하겠지만 주택 가격급락 같은 단기적인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정석 단국대학교 부동산학부 교수는 "이번 대책에 그동안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들이 신 DTI나 DSR 도입에 대한 내용인데 이미 사전에 공지가 된 내용들이기 때문에 충격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 팀장은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은 당장의 실효성보다는 향후 가계부채에 대한 구조적인 취약점을 개선해 나가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며 "신(新) DTI와 DSR과 관련된 부분들도 실수요자를 보호하면서 산정방식을 개선해 나간다는 내용이기 때문에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신 DTI의 도입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부활, 금리인상 등이 동시에 맞물리는 내년 이후에는 시장에 다소의 변화가 감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들은 자신이 실수요자라면 시장 변화를 조금 더 지켜본 후 주택구입을 내년 이후로 늦추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했다.
유 교수는 "무주택자의 경우에는 심리적인 부분은 있겠지만 직접적인 영향은 미비할 것으로 보이고 이미 대출이 있는 사람들은 추가대출 여력이 사라지게 되면서 다주택자들을 규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 대책과 연이어 나올 주거복지 로드맵, 향후 기준금리 인상부분이 맞물리게 되면 다주택자들의 경우에는 애로사항들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팀장은 "신 DTI가 시행되는 내년 1월에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하고 금리인상도 예고됐기 때문에 내년초부터는 시장의 변화가 감지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대출을 원하는 만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필요에 의한 부분이 아니라면 내 집마련 시기를 내년 이후로 늦춰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으로 부동산 양극화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출규제가 더욱 조여지면서 일정 수준의 자기자본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대한부동산학회장은 "가계부채를 줄인다는 목적에서는 괜찮은 정책이지만 부동산 시장에는 양극화가 심화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이라며 "대출이 줄어도 돈 많은 사람은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자기자본이 없으면 집을 살 수 없는 만큼 서민들은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고 특히 50~60대 중장년층들이 많이 불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