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부동산 시장에 빨간불이 커졌다. 정부가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통해 내년 1월부터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을 천명한 데다 올해 말로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부활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연말 금리인상 가능성도 확대되고 있어 내년부터는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집마련 시기를 올해로 잡기보단 내년 이후로 미루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4일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고 내년 1월부터 대출심사에 신 DTI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신 DTI는 기존 DTI보다 소득을 상세하게 평가하고 원리금을 계산할 때 기존 대출의 원금상환액까지 합산한다. 이 때문에 다주택자의 대출한도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도입된다. 대출자의 주담대 뿐만 아니라 신용대출을 비롯해 마이너스 통장 등 모든형태의 대출 원리금을 합산하는 방식이다. 이 역시 다주택자의 대출한도를 줄이는 효과를 줄 수 있다.
이번 가계부채 대책은 다주택자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몇 년간 서울 등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이 공급부족보다는 다주택자들의 투기에서 유발된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대출 총량규제를 통해 '빚내서 집 사는 시대'를 끝내고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가격 급등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의도다.
내년 1월부터는 '세금폭탄'으로 유명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부활한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으로 조합이 얻은 이익이 한 가구당 평균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금액의 최고 50%를 세금으로 내게하는 제도다. 지난 2013년 한시적으로 유예됐으나 올해 말로 유예기간이 종료된다.
개발이익이 많을수록 부과금 규모도 커지는 제도의 구조상 강남 등 일부단지에서는 수억원의 부과금을 내야할 가능성도 있다. 분양가 상한제로 건설사들의 수익성 감소가 불가피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마저 부활하면 재건축 시장은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연말 금리인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유지했지만 이날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시장금리 및 대출금리가 오르고 이는 곧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 증가로 직결된다. 은행권의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도 연 5%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4분기에 몰린 입주물량 역시 시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내달부터 내년 1월까지 3개월간 전국 입주예정아파트는 13만8954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57.3%(8만8000 가구) 증가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각종 규제가 본격화하면 부동산 시장의 위축은 사실상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있다. 신 DTI의 도입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부활, 금리인상 등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시장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감지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계부채 대책은 물론 기존에 예고됐던 악재들이 중장기적으로 투자위축을 불러올 것으로 보이고 이는 시장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도 전반적으로 관망세가 유지되는 상황이지만 내년부터는 가격하락 등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 하락전망이 우세하면서 자신이 실수요자라면 주택구매를 내년 이후로 미루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으로 추가대출이 어려운 다주택자들이 입주잔금을 치르기 힘들어 질 수 있고 세금의 압박이 커지면서 보유하고 있던 주택을 전세로 내놓거나 처분하는 사례가 늘 것이란 것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 팀장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금리인상 부분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는 내년초부터는 시장의 변화가 보일 수 있다"며 "필요에 의한 부분이 아니라면 올해 적극적으로 내 집 마련을 고집하기 보다는 주택구입 시점을 늦춰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