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에 '운전기사 근무시간 지키기' 비상이 걸렸다. 운전기사는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인정받아 52시간 제도에서 예외를 인정받지만 '도의적인 선'의 기준이 애매해서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운전기사에 대한 호칭을 바꾸고, 저녁 회식 후 대리를 부르거나 택시를 이용하는 등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부 증권사에선 운전기사의 근로시간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지 재검토해 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법적인 규정을 지키더라도 새벽까지 일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현재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대부분의 대형 증권사는 운전기사를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고용하고 있다.
감시·단속적 근로자란 근로가 간헐적·단속적으로 이뤄져 휴게 시간 또는 대기 시간이 많은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말한다. 단속적 근로자로 인정받으면 근로자의 휴게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보지 않는다.
다만 이 경우 운전기사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이 확보돼 있어야 한다. 휴게시설은 고용노동부의 실사를 받게된다. 운전기사의 '충분한 휴식을 보장할 수 있는 공간'인지를 확인받는 셈이다. 증권사는 냉장고, 침대, 에어컨 등을 구비한 휴게시설을 마련한 상태다.
또 다른 증권사는 2교대로 운영키도 한다. 휴게시설을 마련해놓긴 했지만 밤 늦게까지 저녁자리가 이어지는 CEO의 업무 특성상 무조건 대기시킬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이 역시 외부 용역으로 기사를 고용했기 때문에 필요한 시간에 호출하면 그때 근무 담당자가 오는 방식이다.
'기사'라는 호칭도 바꾸는 분위기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운전기사를 외주용역으로 고용하긴 하지만 회사 내에서는 직급을 '사원'으로 규정, 일반 직원들은 '주임님' 또는 '차장님'이라고 부르고, 증권사 임원 역시 직원과 동등한 호칭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증권업계는 '법적인 문제'를 해결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감시·단속적 근로자' 제도를 활용해 52시간을 지키더라도 늦은 새벽까지 대기하게 만드는 것은 '갑질'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때문에 일부 증권사 CEO는 회식 후에는 대리를 부르거나 택시를 타는 식으로 논란을 피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표의 저녁 자리가 밤늦게까지 이어질 것 같으면 운전기사를 먼저 퇴근시킨다"면서 "대신 법인카드가 등록된 블랙택시, 타다 등을 이용해서 퇴근하시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반면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운전기사의 월급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있는 만큼 임원들의 일주일 스케쥴을 미리 공유한 후 야간수당을 받을 수 있는 일정을 허락받기도 한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운전기사도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월급이 줄어든다는 우려가 많다"면서 "저녁 늦게까지 자리가 이어지면 운전기사에 양해를 구하고, 대신 야간수당과 보너스를 따로 챙겨주는 방식으로 합의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