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세계 5위였던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해 멕시코에 이어 7위까지 추락했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생산량은 올해 11월까지 361만 3077대로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400만대를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올해부터 국내 완성차 업계에 불러닥친 '2강(현대·기아차) 3약(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의 쏠림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위기감도 감지되고 있다. 이같은 성장 감소세는 글로벌 성장 둔화의 외적요인 뿐만아니라 노사 갈등 장기화로 인한 내적요인이 뒤따르면서 더욱 악화되고 있다. 그러나 내년 완성차 업체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형 SUV를 준비하고 앞으고 있어 깜짝 반등도 예상된다.
◆내수 판매 위기 '쏠림현상 가속화'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완성차 업체들의 올해 내수 판매 부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쌍용차는 두자릿수 이상 감소세를 기록하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5개사는 올해 11월까지 내수 시장에서 138만8327대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67만5507대), 기아차(47만1075대)의 판매량을 제외하면 3사의 판매량은 초라하다.
노사가 손잡고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쌍용차는 2년 연속 내수 3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차는 올해 연간 판매 목표로 지난해와 동일한 11만대를 잡았지만 지난 11월까지 9만7215대 판매에 그쳤다. 월 평균 8800대의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어 올해 연간 판매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쌍용차는 노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한국지엠, 르노삼성과 달리 노사간 경영정상화를 위한 선제적인 자구노력을 펼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르노삼성은 연초 판매 목표를 9만대로 설정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1월까지 7만6879대를 판매해 남은 한달간 1만4000여대를 판매해야 하지만 노사 갈등으로 소비자 신뢰가 하락하면서 판매량 달성은 힘겨워 보인다. 다만 뚜렷한 신차가 없는 와중에서도 SUV QM6 부분변경 모델과 LPG 엔진 라인업 확대 등으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와 올해 임단협을 둘러싼 갈등으로 노조가 잇따라 파업하면서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지엠은 11만대 내수 판매 목표를 계획했지만 '내우외환'에 휩싸이며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 11월까지 판매량은 6만7651대로 철수설 이전의 연간 판매량 13만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특히 올해 연간 내수 판매 8만대도 힘겨워 지면서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연간 목표 달성도 가능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67만5507대를 판매해 연간 판매 목표(71만2000대)의 94.9%를 달성했다. 올 하반기 출시된 신형 그랜저와 신형 쏘나타 등의 판매실적을 보면 연간 판매 목표는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차도 같은 기간 47만1075대를 판매, 연간 판매 목표(53만 대)에 88.9%를 달성했다. 3세대 K5의 출시와 소형 SUV 셀토스 등의 반응이 좋은 만큼 올해 연간 판매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이 '2019 서울모터쇼'에서 공개한 XM3 INSPIRE 쇼카.
◆2강 '미래 전략 수립'…3약 '신차 출시' 반등 예고
현대·기아차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한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2025 전략' 발표를 통해 5년간 61조 1000억원을 투자헤 스마트 모빌리티 회사로 성장할 것을 예고했다. 즉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과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의 양대 사업구조로 재편할것으로 선언했다.
또 현대·기아차는 내년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의 첫 프미리엄 SUV GV80을 비롯해 쏘렌토, 카니발, 투싼 등의 신형 모델의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신차 부재와 주력모델들의 노쇠현상으로 올해 보릿고개를 넘긴 '마이너 3사'는 내년에 신차 투입을 통해 내수 판매를 이끌겠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특히 세대 변경을 거치거나 신형 모델로 잘 다듬어진 신차가 출시되면 소비자들의 마음은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생산에 돌입한 준중형 SUV 트레일블레이저.
한국지엠은 내년 초 준중형 SUV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를 출시하고 라인업 강화에 나선다. 특히 한국지엠 쉐보레는 내년 1분기 출시되는 트레일블레이저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 차량은 국내는 물론 뷰익 앙코르GX란 이름으로 북미 시장에도 수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내수와 수출 판매를 이끌 트레일블레이저는 현재 부평 1공장에서 생산에 돌입했다.
르노삼성은 크로스오버 SUV XM3로 반등에 나선다. 내년 1분기 출시 예정인 XM3는 쿠페형 SUV로 그간 국산차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델이다. XM3는 세단과 SUV의 장점을 더했으며 최고 수준의 반자율주행시스템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상반기 소형 SUV 'QM3' 완전변경 모델과 전기차 'ZOE'(조에) 출시도 줄줄이 예고했다.
신차 출시로 반등을 준비하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성장에는 노사 관계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최근 '강성' 성향의 새 노조 집행부 선출을 완료한 한국지엠의 임단협 협상은 내년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난 9월 올해 임금교섭을 진행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한 르노삼성 노조는 최근 '조정중지' 결정을 얻으며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만약 노사 갈등 장기화로 파업에 따른 소비자 신뢰가 감소할 경우 2020년에도 판매량 반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쌍용차는 주력 모델인 소형 SUV 티볼리의 모델 노후화와 한국지엠 쉐보레가 올 연말 출시한 픽업트럭 경쟁모델 콜로라도의 등장으로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쌍용차는 2021년 1월 출시를 목표로 코란도 기반 전기차를 준비 중이지만 내년 이렇다 할 '홈런 타자'가 없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과거 국내 완성차 업계의 허리를 담당했던 3사(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의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완성차 업체간 쏠림 현상이 뚜렸해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일부 브랜드가 내수 시장에서 수입차보다낮은 판매량이 나올 정도로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신뢰 구축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안정된 노사 관계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신차를 내놓아야 한다"며 "노사 갈증이 장기화될경우 3사의 미래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