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하늘길…한·일 양국 유학생 고난시대
[메트로신문 이현진 기자] "한국과 일본이 상대국 입국제한 조치를 내려, 올해 일본 대학에 합격한 둘째 아이가 개강 한 달 앞두고 서둘러 일본으로 출국했습니다. 하필 이런 시국에 입학 시기가 겹쳐서 심난해요. 아이가 일본 학우들과 껄끄럽지 않은 관계로 잘 지낼 수 있을지도 걱정이고요."(일본 대학 한국인 유학생 학부모 이 씨)
일본과 한국 정부가 갑작스럽게 양국 입국자 제한 조치를 강화하면서 상대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학생이 큰 혼란에 빠졌다. 한·일 양국이 9일을 기해 상대국에 빗장을 걸어 잠그며 일본 대학 유학생이 개강 1달을 앞두고 서둘러 일본으로 출국하는가 하면, 올해 일본 대학에 합격하고 아직 비자를 받지 못한 이들은 비자심사를 앞두고 걱정이 크다. 유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며 일본 유학생을 유치한 국내 대학도 일본인 학생들의 봄학기 등록에 걸림돌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9일 0시부터 한일 양국 항공사의 상대국 노선이 대부분 중단됐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일본이 먼저 한국인의 입국 제한을 강화하고 정부가 상응조치로 맞대응 하면서다. 9일부터는 기존에 발급받은 비자의 효력이 없어지고, 비자를 받아 입국이 허가되더라도 한국에서 일본에 입국한사람은 일본 정부가 지정한 장소에서 14일 간 대기해야 한다.
일본 대학에서 새로운 학기를 시작해야 하는 유학생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일 항공·여객선 운항 '셧다운'을 하루 앞둔 8일 한·일 양국 유학생과 관광객 등이 대거 일본으로 출국했다. 일본 입국 후 14일간의 격리 조치를 피하기 위해서다. 올해 도쿄 소재 대학에 합격한 안양지역 한 학생의 학부모 이 씨는 "올해 도쿄 소재 대학에 합격해 4월 개강을 앞두고 있는데 양국의 입국제한으로 출국을 급히 서두르게 됐다"면서 "일본에 무사히 입국을 한다 해도 학교생활을 하면서 일본과 서로 부딪히는 상황이 발생할까 봐 부모 입장에서 불안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일본 신입 유학생들은 걱정이 더 크다. 아직 발급받지 못한 유학비자 취득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급히 일본으로 발걸음을 향했지만 일본 입국 후에도 유학생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한 사증 정지는 사증 무효화가 아니라고 밝혔다. 유학생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복수사증의 경우 조치 시행기한인 3월 말일이 지나면 효력이 재발생해 자유로운 일본 입출국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일본 대학에 다니는 한국 국적 유학생 등 복수사증 보유자가 3월 9일 기준으로 한국 체류 시 3월 말일까지 일본 입국이 불가능하지만, 그 이후에는 사증 효력이 재발생해 일본 입국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일본 정부가 사증 효력의 정지 기간을 갱신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지역 한 대학 과장은 "8일 이전에 일본 대학으로 돌아간 학생들은 문제가 없지만 돌아가지 못한 학생들은 피해가 클 수 있다"면서 "입국 제한 조치가 연장될 경우 휴학을 해야 하는 등 학사 일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대학도 골머리를 썩고 있다. 교육통계서비스(KESS)에 따르면 2018년 국내 대학 정규과정 일본인 유학생은 3977명으로 교환학생, 어학연수생 등을 포함하면 그 수치는 훨씬 크다. 학령인구 감소 문제 해소와 재정 수익 확충 등으로 유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대학들은, 이번 한일 양국 입국제한 조치로 당장 봄학기 학생 등록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코로나 19로 개강을 2주에서 4주 연기한 것이 시기적으로 겹치며 아직 한국으로 입국하지 않은 일본인 유학생 수도 많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코로나 19로 외국인 유학생 휴학율이 급증하는 상태에서 일본과 한국의 상대국 입국금지가 겹쳤다"며 "미처 입국하지 못한 일본인 유학생들이 이번 학기에 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 대학의 사정은 더욱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나라가 100개국을 넘어서면서 유학생을 도울 영사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은 "9일 오전 9시 기준 106개국이 한국발 입국을 제한해 해외 유학중인 한국 학생들이 개강 일정에 맞춰 유학국에 입국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정부나 외교부의 이에 대한 대책이나 지원이 미흡하다"면서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가이드와 지원,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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