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교육 패러다임, '코로나 19' 이전과 이후는 다르다
지난해 취재차 방문했던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ASU)는 내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미국 남서부에서도 사막 지역으로 알려진 애리조나주에 있는 ASU가 5년 연속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으로 꼽힌 비결이 의외로 간단했기 때문이다.
미누아이프(Minu Ipe) ASU 총장 고문은 대학의 급성장과 혁신대학 선정 비결 중 하나로 '개방'을 꼽았다. 과거 '백인''중산층 이상'의 재학생이 차지하던 ASU의 문을 '대중'에게 온라인으로 개방한 것이다.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온라인 강의는 학습자의 접근성을 확실히 높였고, ASU 학생 24만명 중 절반가량은 해외 거주 유학생이 차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팬데믹에 전세계인의 생활양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 재택근무, 유튜브 결혼식, 온라인 졸업식 등 이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일들이 일상이 됐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하버드, 스탠퍼드, MIT 등 전 세계 대학이 온라인 강의로 전면 대체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ASU의 혁신은 더 이상 혁신이 아닌 셈이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에서 코로나 19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강으로 학생과 교수가 모두 당황스러운 상황을 맞았다. 젊은 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온라인 활동이 대학 수업으로 활용되며 수업 촬영에 진땀을 빼는 교수는 물론이고, 급히 마련된 온라인 강의에 학습권을 침해받았다고 따져 묻는 학생들도 많다.
대학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온라인 강의로 전면 대체됐음에도 예상과 다르게 재정난은 더해졌기 때문이다. 대학 운영비의 최대 70%까지 차지하는 인건비는 줄지 않은 상태에서 강의를 전면 온라인으로 마련하면서 추가 시스템 구축 등 지출은 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 학기 유학생 수가 반 이상 줄면서 수입 구조도 무너졌다.
특히, 온라인 강의를 20% 이내로 한정해 온 관련법이 발목을 잡았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일반 대학의 경우 원격수업이 전체 학점의 20%를 넘길 수 없다. 그간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 마련에 미온적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학의 전체 강좌 수 대비 온라인 강좌 수는 1%에 그친다. 사립대학의 지난해 총 강좌 수는 46만 7007개로, 이 중 온라인 강의는 4614개에 그친다. 국공립대학은 총 13만7412개 중 992개의 온라인 강의가 마련돼 있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가 분석한 결과다. 지난해 1%에 그쳤던 대학 온라인 강의를 올해 100%까지 확대하고 있다는 계산이다.
사회 곳곳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헨리 키신저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을 통해 "코로나 19 팬데믹이 끝나도 세계는 이 전과 전혀 같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 19가 세계 질서를 영원히 바꿔 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대비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ASU의 혁신은 이제 혁신이 아닌 것처럼, 대학도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의 혁신과 도전을 막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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