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감면 요구…대학 "1% 그쳤던 온라인 강좌 전면 확대로 부담" 울상
대구권 대학 주축으로 시작…전국 대학가 확산 가능성에는 '물음표'
"대학과 정부가 서로의 역할과 지원체계 범국가적으로 고민할 때"
[이현진 기자] 코로나 19 여파로 대학 수업이 온라인으로 이뤄지면서 등록금 감면 요구 목소리가 커지자 일부 대학이 특별 장학금 지급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지난해 대학 전체 강좌 수 대비 1%에 그치던 온라인 강의를 전체로 확대하면서 추가 재정 지출이 불가피했지만, 학생들이 쏟아내는 요구에 꺼낸 대학의 자구책이다.
6일 대학가에 따르면, 일부 대학이 학생 학습권 보장과 안전 독려를 위해 이른바 '코로나 19' 장학금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을 일부나마 줄여보겠다는 취지다.
대구대는 재학생 전원에게 코로나 19 극복을 위해 1학기를 등록한 재학생 전원에게 1인당 10만원 규모의 특별장학금을 지급한다. 수혜 인원은 1만7000여 명. 장학금 규모는 약 17억원 이상이다.
계명대는 교직원 기부금으로 특별 장학금을 마련했다. 계명대는 학부 및 대학원 재학생 2만3000여 명에게 생활지원 학업장려비로 20만원씩 지급한다. 재원은 2000여 명의 교수 및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내놓은 봉급의 일부로 마련됐다. 신일희 총장을 비롯해 교무위원들은 봉급의 20%, 그 외 보직 교직원은 봉급의 10%를 석 달 동안 내놓기로 했다.
계명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원격수업으로 강의가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 타지역 학생들은 빈 자취방의 임대료 납부와 아르바이트를 통한 생활비 조달에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점들을 고려해 계명대는 기존의 장학금은 예년과 같이 집행하되 이와는 별도로 생활 지원 학업장려비를 재학생 전원에게 지급해 도움을 주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세명대도 재학생 모두에게 '코로나19 극복 장학금'을 10만원 씩 지급한다. 대상자는 총 8100여명의 학생들로 8억 1000여 만원 규모다.
동명대도 재학생 전원에게 1인당 10만원 씩 코로나19 특별 장학금을 지급한다. 학교는 올해 1학기 학부 등록한 재학생 7371명에게 10만원 씩 총 7억 3710만원을 이달 중 지급할 예정이다.
일부 학생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넨 대학도 있다. 인하대는 최근 코로나 19 극복 '인하 함께 나눔' 장학금 모금 운동으로 모인 1억 2000만원을 학생 137명에게 전달했다. 지난달 1차 장학금 신청을 받아 지원자 160여 명 중 서류상 문제없는 이들을 모두 선발했다. 지원 대상은 일정 소득분위 이하 학생 중 최근 코로나 19로 갑작스럽게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된 학생이다. 인하대는 현재 2차 장학금 신청을 받고 있으며, 오는 23일 같은 규모로 학생들을 선발해 지급할 계획이다.
코로나 19 피해가 심했던 대구 권역 대학을 중심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당장 온기가 전국 대학으로 퍼지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면 강의 전환 시기에 따라 추후 등록금 반환 관련 논의가 진행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장학금을 지급하기에는 재정적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지역 대학 한 홍보팀장은 "학생들은 학교가 본래 제공해야 할 서비스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며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지만, 대학은 운영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직원 인건비가 그대로 지출되는 상황에서 방역비 등 코로나 19 대응 비용이 늘어난 상황"이라며 "온라인 강의 지속기간이 길어질수록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커지고 있어 대학도 추가 재원을 마련해 장학금을 지급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등록금 반환이라는 사례를 남길 경우, 추후 재현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등록금 반환 요구가 빗발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수도권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 사정을 고려해 추가 재원으로 등록금 일부 반환이 이뤄지면 이후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경우, 대학이 과거와 다른 입장을 내기 쉽지 않아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코로나 19가 교육 패러다임에도 변화를 줄 수 있는 만큼, 등록금 문제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미래(온라인) 교육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은 "지난해 1%에 그친 대학 원격강의가 올해 100%까지 전면시행됐고, 초·중·고교마저 모두 온라인 개강이 확정됐다. 이는 온라인 교육을 위한 기반 미비와 디지털 격차 문제 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라면서 "모든 책임을 대학에만 돌릴 게 아니라 대학과 정부가 서로의 역할과 지원체계를 범국가적으로 고민하는 등 온라인교육의 기반 확대와 인식 제고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대학들은 코로나 19로 온라인 수업 기간을 늘려나가고 있으며 이화여대와 카이스트(KAIST), 유니스트(UNIST)등이 1학기 전 수업 온라인 개강을 결정했다. 서울대, 성균관대, 숭실대 등은 1학기 말까지 무기한 연장했다.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 서울시립대 등도 대면수업 시작 시점을 5월 이후로 연기했다. 이에 앞서 전국 4년제 대학 92.7%가 개강을 1∼2주 연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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