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5만원 건넨 '교수님'과 뒷짐 진 교육 당국
[메트로신문 이현진 기자] 반지하 집에 살면서 옆집 무선 인터넷을 빌려 쓰는 대학생에게 "카페에 가서 수업을 편히 들으라"며 사비로 15만원을 내놓은 교수가 최근 화제를 모았다.
사연은 이렇다. 대학교 커뮤니티 연세대 '에브리타임'에 한 글쓴이가 입금 명세가 찍힌 사진 사진을 올렸다. 글쓴이는 '최미호 교수님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옆집 무선 인터넷을 빌려 쓰다 보니 와이파이가 자꾸 끊겨 온라인 수업에 지각하거나 수업 도중 튕겨서 조퇴 처리되는 일이 잦았다"고 밝혔다.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인 이 학생은 집안 형편상 집에 인터넷을 설치하거나 카페에 가서 공부할 처지는 못 됐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한 교수가 와이파이가 잘 되는 카페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비용을 보내준 것이다.
올 봄학기는 대학은 물론 초·중·고교 정규 수업이 유례없이 온라인으로 시작됐다. 그러면서 곳곳에서 학생들은 물론 신음하는 학부모의 목소리가 전달됐다. 저소득·차상위계층 이야기가 조명되면서 교육부나 교육청, 기업에서 스마트기기나 인터넷 통신비 지원이 이어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차상위 계층 대학생들은 냉가슴을 앓아야 했다. 대부분 지원이 초·중·고교 가정에 쏠리면서 부족한 형편 탓에 생기는 '불편함'을 스스로 감당했다.
혹자는 말한다. "성인(成人)인데,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용 한파가 청년층에 더 가혹하게 몰아치면서 현실은 냉랭하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15~29세 고용률은 41.6%로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2.6%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61.3%에서 60%로 하락한 전체 고용률보다 두 배 이상의 감소 폭이자, 전 연령대에 가장 높은 감소율이다. '알바'로 감당해내던 청년들의 일상이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온라인 수업은 당분간 대학 교육에서 벗어날 수 없는 선택지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조사 결과, 국내 4년제 대학 193교 중 60%에 달하는 120여 개 대학이 1학기 전체를 원격수업으로 진행하거나 대면 강의를 무기한 연기했다. 제2의 '코로나 19' 확산도 안심할 수 없다. 교육 당국이 뒷짐 진 손을 풀고 어려움에 부닥친 대학생들을 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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