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등교 수업 강행 의지…학부모·학생도 교육감도 '불안'
학생들 "격일 등교도 위험, 장기적 계획 달라"…'등교 연기' 국민청원 동의 20만명↑
조희연·이재정 교육감 "수능 연기도 고려…9월 학기제 생각"
[메트로신문 이현진 기자] 교육부가 오는 20일로 예정된 고3 등교 개학과 관련해 입시 일정 등을 이유로 '추가 연기는 검토하지 않는다'고 발표하면서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집단감염 여파가 학원가를 덮치면서다. 이태원 클럽을 방문하거나 그 일대를 방문한 교직원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등교 이후 전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이태원 클럽에서 촉발한 집단감염은 인천의 한 학원과 과외를 통해 중·고교 학생들의 2차 감염이 확인됐다. 초등학생 3차 감염자도 발생한 상황이다. 예정대로 지난 13일부터 고3 등교 수업이 이뤄졌을 경우, 코로나 확진 학생들에 의한 학교 내 감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는 의미다.
◆ 교육부 "고3 20일 등교" 강행 의지…여론은 '서늘'
20일로 예정된 고3 등교 일정에 교육 당국 의지는 확고한 상태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17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신종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진 학생들의 등교 시기에 대해 "예정대로 할 것"이라며 "고3 학생들은 입시 문제도 있어 20일에 학교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예정대로라면 20일 고3 등교를 시작으로 ▲27일 고2·중3·초1∼2·유치원생 ▲6월 3일 고1·중2·초3∼4학년 ▲6월 8일 중1과 초5∼6학년이 등교한다.
교육부의 강행 의지에 학부모와 학생은 물론 학교 일선의 여론은 서늘하다. 고3 등교를 또 연기해야 한다는 여론은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인천 학원강사로 인해 코로나19가 학원가에 퍼진 이후에 본격화됐다.
지난 2~3일 서울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인천 학원강사 A씨가 초기 역학조사 때 '무직'이라고 속이면서 불거진 '연쇄' 감염 상황이 심각한 데다가 이태원 클럽을 찾은 서울지역 고3 학생 사례도 나와 학부모 불안감을 키웠다. 특히 외국인이 자주 가는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특성상 원어민 강사가 있는 초·중·고교나 학원을 보내는 학부모들의 걱정이 커지는 상황이다.
매주 달라지는 상황에 따라 변하는 '땜질식' 단기대책이 아닌 장기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거세다. 안양시 평촌 학원가에서 만난 한 고3 수험생은 "단순히 일주일씩 반복적 연기 결정보다 입시 일정과 평가 기준, 등교 개학 기준을 정부 차원에서 장기적 안목으로 다시 세워야 한다"면서 "고3을 제외한 학년들은 격일 등교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 또한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등교 개학이 안 될 시 수험생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달 24일 올라온 '등교 개학 시기를 미뤄달라'는 청원은 17일 오전 동의 수 21만8천명을 넘어섰다. 청와대의 답변 요건인 20만명을 훌쩍 넘은 수치다. 청원자는 "학교는 코로나 19의 확산에 매우 적합한 장소로 집단감염의 우려가 크다. 학생들이 일일이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감독하는 것도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며 "원격수업 장기화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 글은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지난 10일 15만명을 돌파한 이후 14일 교육부가 고3 등교 수업 강행 의지를 드러낸 후 더욱 주목받았다.
◆이재정·조희연 교육감 "등교·수능 연기…9월 학기제 논의해야"
이태원발 집단감염의 피해가 가장 큰 수도권 교육감들도 20일 예정된 고3 등교 수업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지난 14일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MBC 토론방송에 출연해 "교육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등교 수업이 우려된다"면서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9월 학기제를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9월 신학기제는 말 그대로 초·중·고와 대학교의 새 학기를 9월부터 시작하는 제도를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9월이 아닌 때 개학하는 나라는 ▲한국(3월 신학기제) ▲일본(4월 신학기제) ▲호주(4월 신학기제) 등 3개국에 그친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조희연 서울교육감 역시 9월 학기제 논의에 찬성 의견을 밝혔다. 조 교육감은 "주말 동안 상황을 지켜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등교 수업 연기 결정을) 어렵게 하는 건 대입 일정인데, 수능을 한 달가량 미루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두 교육감의 이날 발언에 대해 일각에서는 교육부에 등교 수업 추가 연기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17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3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7명은 해외 유입 사례, 6명은 지역 사회 발생으로, 서울에서 4명, 대구와 대전에서 각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이 확산하면서 10·11일에는 30명대(34명·35명)를 기록했고, 12·13·14·15일에는 20명대(27명·26명·29명·27명)를 유지하다가 전날 19명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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