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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육

[등굣길 르포] "1m가 뭐예요?"…"바닥 스티커 간격만큼"

초1 생애 첫 등굣날…이날 초1·2, 중3 등 2차 등교 시작

학부모들 '설렘 반''걱정 반'…선일초 1학년 87명 중 7명 '가정학습' 신청

 

27일 오전 월곡초등학교에서 1-2학년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 손진영기자 son@

"아이가 '형아'들만 다니던 초등학교를 입학한다며 많이 기대했어요. 석 달 가까이 가정학습만 하다 보니 아이가 많이 지루해했는데, 오늘 첫 등교 날이라 저도 기분이 좋아요."

 

1학년에 입학한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첫 등교를 바래다주던 아버지는 학교가 철저히 등교 준비를 해준 덕분에 불안감이 덜하다고 말했다. 교문 앞에서 만난 학부모 김씨는 "인근 지역에는 요즘 코로나가 크게 확산하지 않고 있고, 아이도 학교에 가고 싶어 했던 만큼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생애 처음 교문에 들어섰다. 초등학교 입학 87일만이다. 학생들은 지난 3여개월간 화면속에서 만났던 선생님과 친구들을 오늘 처음 만났다.

 

27일 초등학교 1~2학년 개학을 맞은 수원시 선일초등학교 등굣길은 긴장감 속에서도 설렘이 가득했다. 8시 33분께 엄마 손을 잡은 1학년 여학생의 첫 등교를 시작으로 9시 10여 분까지 마스크를 쓰고 몸집만 한 가방을 멘 학생들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교문으로 몰려들었다.

 

교문 앞에 다다르자 아이들은 부모님의 손을 놓고 선생님과 마주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학부모들을 교문 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학교 측에서 통제했기 때문이다. 교문 앞에서 아이들을 맞이하던 한 교사는 "입학을 축하한다"며 입학 87일만에 대면으로 축하 인사를 전했다.

 

설레는 등굣길 한 학부모가 월고초 교문 앞에서 아이에게 인사를 입맞춤을 하고 있다./ 손진영 기자

교문 앞에서는 아이를 안아주는 학부모들이 많았다.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마스크를 꼭 쓰고 친구들과 1m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며 연신 당부하기도 했다. 교문 앞 교사들이 "1m 거리 두기를 지켜 달라"고 당부하자 한 아이는 "1미터(m)가 뭐냐"고 묻기도 했다.

 

불안함이 역력한 학부모들도 보였다. 아이와 함께 교문을 향하던 한 학부모는 "아직 코로나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 아이 등교가 불안한 마음"이라면서 "아이 엄마들과 대화해보니 어떤 반은 한 반에 5명 정도가 가정학습을 신청했다더라"고 전했다.

 

선일초 측 확인 결과, 이날 1학년 학생 87명 중 7명이 가정학습을 이유로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선일초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각 학년이 요일을 나눠 주 1회 등교수업을 할 예정이다. 단, 수요일만 3학년과 6학년이 함께 등교한다. 첫 등교 주인 이날만 3학년과 6학년 대신 1학년이 등교했다.

 

임경애 교장은 "우선 주 1회 등교 수업을 시작하지만, 코로나 상황을 지켜보고 상황이 좋아지면 주2회까지 늘릴 생각"이라면서 "교사들이 자신이 맡은 학년이 등교하지 않는 요일에는 다른 학년의 생활 지도나 급식 배식 등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문 안으로 들어서자 1m 간격으로 붙여 놓은 스티커가 학생들의 길을 안내했다. 스티커는 중앙현관까지 이어져 있었다. 스티커를 따라 1m 간격으로 걸어가던 학생들은 교문에 다다르자 차례대로 잠시 멈춰 섰다. 비접촉식 체온계로 발열 증상이 있는지 검사하기 위해서다.

 

수원 선일초는 가정에서 등교 직전 학부모가 직접 아이 체온을 측정하고 '체온 측정 확인서'를 작성해 보낸 경우, 학교 측에서 다시 측정하지 않고 입실토록 했다. 등교 시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리며 빚어지는 혼란을 막기 위해서다./ 이현진 기자

"체온 측정 확인서 갖고 왔니?". 학생들의 체온을 측정하던 선생님은 "가정에서 등교 직전 학부모가 직접 아이의 체온을 측정하고 체온을 적어서 보내오는 경우에는 학교 측에서 다시 측정하지 않고 입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각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도 1, 2학년 학생들의 첫 등교를 맞이했다. 오전 8시 15분이 지나자 엄마나 아빠 손을 잡은 학생들이 하나둘 교문 앞으로 등장했다.

 

"저는 3학년이라 온라인 개학(긴급돌봄교실)을 하는데 저희 동생이 입학식을 해서 너무 자랑스러워요. 밀폐된 공간에서 학생들이 많아서 (바이러스) 걸릴 확률이 높으니까 동생이 걱정되긴 해요".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만난 이승민(10)군은 기대감과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이어 "방과 후 선생님이 등교 후에도 조심하라고 알려주셨다"며 "친구들과 두 칸씩 자리를 띄워 앉는다"라고 말했다.

 

자녀를 데려다주던 변가경(40)씨도 등교에 대한 아이의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아이가 코로나에 대한 상황을 다 이해하고 있고, 첫 등교를 즐거운 마음으로 했다"고 말했다. 변씨는 "학교에서도 하루에도 서너 번 문자가 왔다. 손 소독제와 소독용 물티슈 등을 챙겨줬고, 마스크를 벗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교문으로 나와 아이들을 맞았다. 조 교육감은 발열 검사기를 든 채 한 명씩 인사하면서 아이들의 체온을 측정했다. 그 옆에는 윤순단 교장이 손 세정제를 들고 있었다. 일찍 출근한 교사들도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아이들을 안내했다.

 

이날 함께 등교 수업을 시작한 유치원도 학생들을 맞았다. 유치원생들은 긴 벤치에 여덟 명 씩 앉힌 다음 교사가 인솔해서 교실로 데려갔다.

 

5학년 담임교사 박현지 씨는 "학교 내에 복도에는 발자국 스티커를 1m 간격으로 부착해 아이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혹시 아픈 아이가 생기면 즉각적인 대처를 할 수 있도록 교사들도 교육받았다"고 학부모들을 안심시켰다.

 

이날 세륜초 학생들은 4교시까지 블록 수업의 형태로 교육을 받는다. 80분간 수업 후 중간에 쉬는 시간을 갖는 방식이다. 학생들의 이동과 접촉을 줄이고 빨리 하교를 시키기 위해서다. 12시 40분에는 점심을 먹고 가는 학생이 있고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다.

 

조희연 교육감은 "아이들이 교정에서 선생님을 만나고 친구들과 떠들고 하는 학교생활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롭게 바라보는 기회가 됐다"면서 "싱가포르처럼 다시 휴교로 갈 수도 있다. 유럽의 많은 학교가 등교 이후에 어려운 길 가고 있다. 한국 학교에서는 원격수업과 등교수업 병행하면서 헤쳐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국에서 450여개 학교와 유치원이 등교를 다음 주로 연기하고 교문을 열지 못햇다. 인근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탓에 밀접 접촉자 파악을 위해 등교를 연기한 곳도 있지만,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교사, 유치원 방과후 교사 등 학생이나 교직원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지난 26일 오후 7시 기준 서울·경기·경북에서 453개 학교와 유치원이 등교를 다음주로 미뤘다. 서울 지역에서만 모두 111곳의 유·초·중·고등학교가 등교수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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