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선택적 패스제' 요구…대학은 "부작용 우려" 난색
홍익대·서강대, 학생에게 성적 선택권 부여하는 '선택적 패스제' 도입
연세대·이화여대·한양대 등 대부분 주요 대학 '부정적'
대학 기말고사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1학기 종강을 앞둔 대학가에선 성적 산출 방식을 놓고 혼란을 빚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실시한 비대면 온라인시험에서 부정행위가 다수 적발되면서, 평가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커진 학생들이 종전의 상대평가로 학기 성적을 매기는 것에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학생들에게 성적 선택권을 부여하는 이른바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대부분 대학은 '선택적 패스제'가 오히려 공정성을 헤칠 수 있다며 도입을 꺼리고 있다.
22일 대학가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대학이 중간 기말고사를 온라인으로 시행하는 과정에서 부정행위 의심 사례가 속출하면서 '선택적 패스제' 도입에 대한 학생들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앞서 서울대와 연세대, 성균관대와 서울시립대, 서강대, 건국대, 인하대 등에서 시험 부정행위 문제가 불거졌다.
'선택적 패스제'는 학생들이 대안으로 학교 측에 제시하는 방식이다. 시험 성적이 공지되면 최종 성적을 확인한 학생이 부여된 성적을 그대로 받을지(패스·통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만약 패스로 처리하면 성적표에는 기존의 A·B·C·D와 같은 평점 대신 'P(Pass)' 표시만 남는다. P로 표시된 과목은 학점 평점을 계산할 때 포함되지 않고 이수한 것으로만 반영된다. 가령 학생이 특정 과목에서 평균보다 낮은 점수를 받아도 P를 선택하면 이수만 되고 학점에는 계산되지 않는다.
대학가에서 가장 먼저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한 곳은 홍익대로 알려졌다. 학생들의 요구도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하게 학교에 나오지 못했던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지 못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고 학기를 이수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서강대 역시 지난 11일 '선택적 패스제'를 택했다. 앞서 서강대는 기말고사를 비대면으로 치르되 절대평가를 한다는 방침을 고수했지만 최근 한 수업에서 일부 학생들이 실습실에 모여 함께 시험을 본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부분 대학은 학생들의 강력 요구에도 불구하고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역차별'이나 악용 사례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패스할 과목은 적당히만 학습하고 A+ 받을 과목에 집중하는 악용 사례도 나올 수 있다. 이런 학생이 많아질 경우 학점 인플레이션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선택적으로 성적이 어느 정도 나온 과목은 놔두고 C 이하 학점은 패스하는 등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따른다.
연세대는 '선택적 패스제' 도입 없이 1학기 성적평가 방식을 절대평가로 유지하기로 했다. '선택적 패스제'는 부정행위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 될 수 없고 시점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연세대 관계자는 "1학기 성적평가제도 변경 요청과 관련해 학생, 교수, 교육 전문가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결과 선택적 패스 제도의 도입이 부정행위로 인한 문제의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오는 2학기에 온라인 강의가 지속하더라도 '선택적 패스제'의 단점을 개선 보완하지 않는 이상 도입은 힘들 수 있다"고 밝혔다.
한양대도 학생들의 거센 요구에 선택적 패스제를 두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1학기 도입 가능성은 낮다. 한양대 관계자는 "도입 여부를 검토한 결과 (선택적 패스제를) 원칙적으로는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다만, 학내 관련 위원회에서 추가 논의를 이어가는 만큼 협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학교 측은 학생들의 요구에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검토했고 지난 19일 교육적 문제로 도입이 어렵단 입장을 전했다.
이화여대도 총학생회가 대학본부에 '선택적 패스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긍정적으로 검토하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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