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은 뻔하다는 고정관념이 완전히 깨졌다. 아뮤즈 부쉬로 '성게알 비빔밥'이라니. 튀긴 면 위에 성게알을 얹고 비빔밥 나물들은 퓨레 형태로 주변을 둘러쌌다. 정찬에 포함된 '간장게장'에는 게가 온데간데 없다. 되레 '크림스프'처럼 보이는 이 요리는 타락죽 아래 손수 만든 간장게장을 깔고, 그 위에 김으로 만든 퓨레와 들기름을 넣어 완성했다. 미묘한 재미와 흥취. '묘미'가 가진 사전적 의미를 이만큼이나 잘 풀어낸 곳이 또 있을까. '한식'의 범주에선 생경하고, 퓨전이라기엔 묵직한 무언가. 한식 파인다이닝 '묘미(myomi)'가 가진 묘한 매력이다.
묘미는 지난 달 19일 '2021년 미슐랭 가이드 서울'에서 2년 연속 원스타 레스토랑으로 지정됐다. 미쉐린(미슐랭)이 발표한 32개 스타 레스토랑 중 묘미가 유독 눈길을 끄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이 파인 다이닝은 문을 연지 11개월 만에 미슐랭 원스타를 획득했다. 전 세계를 통틀어 최단 기간이다. 스타 셰프가 된 김정묵 수석 셰프는 20대로 역대 최연소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국내 정상급 카레이서이자, TV 프로그램 '하트시그널'로 이름을 알린 스물일곱살 서주원 대표가 있다.
서 대표는 "한식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명맥이 끊어졌고, 더이상 발전할 수 없는 안타까운 역사를 가졌다"며 "한식의 틀을 깬 완전히 새로운 음식을 꾸준히 연구하며 한식 문화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식에 재미와 흥을 불어넣다
서 대표는 2015 제네시스쿠페 챔피언십 챔피언, 2016년 슈퍼레이스 우승 등 화려한 경력을 쌓은 카레이서다. 지난 해까지는 제일제당 소속 선수로 활동하다, 올해 소속팀을 인수해 구단주, 감독, 선수까지 겸직 중이다. 본업에 바쁜 와중에도 음식에 대한 열정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 미식가인 할아버지를 따라 여러나라를 돌며 맛있는 음식을 맛본 영향이 컸다.
서 대표는 "유럽 미슐랭 식당들을 다니면서 한식으로는 왜 이런 음식을 하기 어려울까 라는 생각을 했다"며 "한식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첫 시작이었다"고 했다.
묘미는 2018년 청담동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시작을 함께한 이는 카레이서 서주원의 오랜 팬이었던 장진모 셰프다. 그는 장 셰프와 함께 지난 2015년 부터 유럽권과 미국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탐구'했다. 한식에 재미와 젊음, 에너지 넘치는 열정을 가미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서 대표는 요리를 하진 않지만, 묘미의 재료 선정과 레시피 개발, 코스 구성에 모두 직접 참여한다.
그는 "셰프들이 보통 테크닉에 집중하는 반면, 우리는 혁신에 집중했다"며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요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올해 2년차를 맞은 묘미는 또 한번의 혁신을 거쳤다. 첫 둥지였던 청담동을 떠나 안국동 '아라리오' 건물로 자리를 옮겼고, 장 셰프의 수제자이자 부주방장이었던 김정묵 셰프가 수석 셰프로 올라섰다. 새로운 묘미는 창덕궁이 한 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잡았지만, 음식은 한식의 틀을 완전히 벗어던졌다. 서 대표는 "한식이 더 이상 재미가 없어졌다"고 했다.
그는 "한식이 별로라는 의미가 아니라 한식의 뻔한 재료와 양념, 조리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지루해졌다는 얘기"라며 "한국 고유의 재료와 조리법을 바탕으로 하지만, 한식의 틀은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요리로 거듭났다"고 설명했다.
게가 없는 간장게장과 밥이 없는 성게알 비빔밥은 그렇게 탄생했다.
◆새로운 문화의 인큐베이팅 공간
묘미는 여전히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서 대표는 내년 4월 묘미의 연구개발(R&D) 센터 연다. 한식 문화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공간이다.
서 대표는 "주방에서만 연구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연구개발 공간을 따로 마련하기로 했다"며 "한식과 서양식의 접점을 찾아가며 한식 문화를 꾸준히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묘미에서 벌어들인 수입은 대부분 음식 연구로 재투자된다. 서 대표는 자유로운 음식 개발을 위해 12월 식품 유통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그는 "온라인을 통해 건강기능식품과 간편식, 밀키트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며 "식품 유통사업이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오프라인 레스토랑에서는 음식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묘미는 인큐베이팅에도 집중하고 있다. 묘미가 입주한 아라리오 뮤지엄은 신예 작가들을 발굴해 키워내는 역할을 한다. 같은 공간에 들어간 묘미 역시 꾸준히 스타 셰프를 키워나갈 계획이다.
서 대표는 "막내로 시작한 김정묵 셰프도 꾸준한 인큐베이팅을 통해 스타 셰프로 성장했다"며 "묘미는 처음 부터 스타 셰프를 뽑는 것이 아니라 재능있고 열정있는 신예를 발굴해 새로운 헤드셰프로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20대인 서 대표의 꿈은 끝이 없다. 그는 올해 한남동과 여의도에 솥밥 전문점 '미상'을 오픈했다. 내년에는 한우를 활용한 '비프 다이닝'으로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
"개인적인 희망은 월화수목금토일 맛인거 먹으며 살 수 있도록 하는거예요(웃음). 그럼 우선 7개 브랜드를 만들어야하고, 점심, 저녁으로 나누면 14개 브랜드를 가져야한다는 거겠죠. 어떤 것들을 이뤄나갈진 아직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모든 브랜드는 한식 문화 발전을 위해 만들어질거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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