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0개교 절반 차지…고려대 554억으로 기부금 모금 1위
한려대·예원예술대·신경대 등 '재정지원제한대학'엔 기부금도 인색
"특정 대학·학문에만 쏠리면 산업·인재 불균형 초래…성숙한 기부 문화 확산해야"
[메트로신문 이현진 기자] 최근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500억원을 기부하는 등 일부 대학에 '통큰' 기부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부분 대학은 기부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으며 대학 간 큰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대 기준 모금 기부금 상위 10개 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달해 '양극화 현상'도 뚜렷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정 대학과 학문에만 기부금이 쏠리면 미래 산업과 인재 양성에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대학정보공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를 통해 올해 하반기 공개된 2020년(2019년 결산기준) 전국 148개 4년제 사립대학(사이버대학 제외)의 교비회계 기준 기부금 수입을 조사한 결과, 기부금을 가장 많이 모금한 대학은 고려대(554억 7650만원)다. 조사 대상 148개 대학 기부금 합계는 3702억 3638만원이다.
이어 ▲연세대(408억 7876만원) ▲한양대(149억 815만원) ▲이화여대(144억 8279만원) ▲성균관대(129억 9586만원) ▲동국대(101억 7061만원) ▲을지대(92억 9455만원) ▲건국대(82억 2915만원) ▲가톨릭대(71억 5553만원) ▲아주대(71억 5171만원) ▲경희대(70억 4281만원) ▲한국외대(66억 7325만원) ▲영남대(60억 9978만원) ▲인하대(60억 6658만원) ▲울산대(55억 4987만원)등이 연간 기부금 상위에 들었다.
특히 고려대와 연세대 기부금은 전체 148개 대학 기부금 총액의 25%를 차지한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기부금 총액 3위를 기록한 한양대와도 각각 400억가량 차이 나는 금액을 기부받으며 두각을 보였다. 고려대와 연세대 등 상위 10개 대학의 기부금이 하위 138개 대학의 기부금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상위 10개 대학은 규모별(재학생 기준)로 을지대와 가톨릭대를 제외하고 모두 '1만명 이상' 대규모 대학이었다. 특히 을지대를 제외하고 모두 서울·경기지역 대학으로 의대가 설치되지 않은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
반면 기부금 수익이 가장 낮은 대학은 한려대로 이 대학은 연간 기부금이 1254만원에 그쳤다. ▲예원예술대(3260만원) ▲신경대(3901만원) ▲금강대(3981만원) ▲루터대(7262만원) ▲대구예술대(9241만원) ▲가야대(1억 607만원) ▲동양대(1억 2018만원) ▲창신대(1억 4631만원) 등도 초라한 기부금 수치를 보였다.
대다수 사립대가 등록금 동결·인하, 입학금 폐지 등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기부금 모금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특히 지방 사립대학이 기부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는 데는 소액 기부가 대부분인 개인 기부자와 달리 거액으로 기부를 할수 있는 기업은 특정 대학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인지도가 높은 대학에 기부금이 몰릴 수밖에 없고 재적 학생이 많다면 그만큼 동문을 배출한다는 점에서 쏠림 현상을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대학 중 최고 기부금(교비회계 기준)을 달성한 고려대가 554억원을 모금한 점을 고려하면, 김재철 회장의 이번 기부는 최고 기부금 대학의 1년치 금액을 단숨에 기부받은 셈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하면 국내 대학의 기부금 모금 규모는 턱없이 낮다. 미국 대학이 국내 대학 기부금 규모 100배 이상인 467억 달러(2018년)를 모금할 수 있는 데는 성숙한 기부 문화가 뒷받침돼 있다는 설명이다.
윤경욱 대학발전기금협의회 회장(한국외대 대외협력부처장)은 "미국이나 유럽 대학이 많은 기부금을 모을 수 있는 것은 거액 기부자가 대학 기부를 통해 사회에 환원하고 산업발전을 이끌 후세대를 양성하겠다는 성숙한 인식이 뒷받침돼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도 재산은 자식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인식을 버리고 사회에 환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부금이 일부 대학이나 일부 학문에 쏠리는 데는 우려가 나온다. 윤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따른 급격한 과학기술 발전과 인공지능(AI), 가상·증강 현실(VR·AR) 등 최첨단 기술이 등장하며 기부금도 관련 학문에 쏠리고 있다"라면서 "일부 대학이나 학문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할 경우 산업·인재 불균형이 생길 수 있고 이는 미래에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기부자가 자신의 철학에 맞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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