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공사, 인천 중구 용유동 입구지 마을 사람들에 퇴거소송
인천 중구 용유동의 입구지 마을 사람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인천도시공사로부터 부당이득금 청구와 함께 퇴거 소송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1950년대 중반부터 70년 가까이 이곳에서 한 평생을 지내온 김광남 어르신에게는 인천도시공사의 부당이득금 청구와 퇴거 소송은 청천벽력 같은 소리다.
"등짐 지어 나르며 바다를 땅으로 일구고 70년을 살았는데 느닷없이 나가라니 앞이 캄캄하네요"
용유동 을왕4통 선녀바위 해변 인근에 조성된 마을은 뒷산에 거북이 모양의 바위가 서 있다고 해서 '입구지 마을'이라 불린다. 김광남 어르신은 올해 78세로 황해도가 고향이다. 6.25전쟁 중이던 1951년 1.4후퇴 때 선친은 가족들을 데리고 군산으로 피난 내려왔고 이후 목포까지 내려갔다고 한다. 이후 황해도 고향 마을 사람들이 용유도에 모여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곳에 다시 온 것은 전쟁이 끝나고 난 후였다.
"당시만 해도 을왕리에는 미군부대가 있었고 입구지 일대에는 공수부대가 있었지. 부대는 50년 중반에 철수 했는데 그 때 면장이 피난 온 사람들에게 집지을 터를 지정해줬고 정착하게 됐지"
1950년대 말 정부에서는 '정착농원'이라는 이주대책을 마련해 집 지을 자재와 함께 정착지를 마련해 준 것이다. 실향민이 정착한 입구지 마을은 인천 중구 을왕동 산34-9번지 바닷가 일대로 1960년대부터 1994년 까지는 선인재단의 소유였다. 1960년대 중반 당시 선인재단 백인엽 이사장이 마을에 찾아와 뒷산을 잘 가꿔 놓으면 지금 집지은 터는 주겠다는 약속을 했었다고 한다. 주민들은 집을 지은 뒷산에 구역을 정해 소나무를 심고 정성껏 가꿔왔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1994년 선인학원 시유화 조치에 따라 입구지 마을 땅은 인천시로 넘어가게 됐다.
주민들의 애환은 또 있다. 집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오던 곳에 농사를 지어볼 생각으로 수년간 등짐을 지어 날라 일대를 옥토로 만든 것도 입구지 마을 주민들의 눈물겨운 노력이었다. 1970년대 중반 용유도를 관리하던 옹진군에서는 주민들이 매립한 공유수면을 주민들에게 불하해 주겠다며 점유측량을 하도록 했다. 마을 주민들은 각자 거액의 자비를 부담해 측량했지만 땅을 만든 주민들에게 돌아오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팔거나 국유지가 되어 있었다고 한다.
"먹고살기도 바쁘고 자식들 키우기도 힘든데 서류가 무슨 소용이 있다고 신경 썼겠어. 높은 사람이나 관공서에서 약속한 것 문서 하나 받아 놓지 못하고 무허가 집 등기하라고 할 때도 그냥 넘어갔어. 몰라서 그런거지 못 배운게 한이네"
입구지 마을 18가구 중에 10가구는 건물 등기가 되어 있지만 8가구는 등기가 없는 상태다. 바닷일을 하며 정직하게 살던 순박한 주민들은 정착지로 불하받은 땅도 자신들이 피땀을 흘리며 매립한 공유수면에 대해서도 아무런 법적 권리를 설정해 놓지 못했다. 80년대 까지만 해도 사람이 찾아오기 힘든 오지 중의 오지인 이곳에 무슨 일이 생길 것 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는 것이 주민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인천공항이 들어서면서 집 앞에 도로가 생기고 '관광단지' 개발 계획이 그려지면서 입구지 마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이곳에 관광단지개발 계획을 세우고 주민들에게 선녀바위해변 인근에 이주대책을 마련해 주겠다며 지장물과 수목까지 꼼꼼하게 조사했으나 경제자유구역에서 해제되고 '용유무의종합개발계획'이 무산되면서 없던 일이 되어 버렸다. 그 사이 인천시는 인천도시공사를 설립하면서 2005년 11월 이 일대의 땅을 공사에 현물로 출자 했다.
한동안 조용하던 마을에 날벼락 같은 소송은 2019년 11월의 일이다. 인천도시공사가 용유해변부터 선녀바위해변까지를 '노을빛타운' 개발 계획을 세우고 공사 소유의 토지를 점유하고 있는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지장물을 철거하고 토지를 인도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아울러 토지 사용에 대한 10년간의 부당이득금을 청구했다. 점유 부지 면적에 따라 다르지만 적게는 수 천 만원까지의 수 억 원까지 청구됐다고 한다.
주민들에 따르면 일대의 땅이 인천시 소유로 되어 있을 때는 인천대학교에서 관리했었다고 한다. 주민들은 1년에 한번씩 30~40만 원 가량의 토지 임대료를 납부했다. 도시공사로 소유권이 넘어가고 주민들은 도시공사를 찾아 토지 임대료를 문의했지만 인천시로부터 이전관계가 완결되지 않았다며 돌려보냈고, 추후 완결되면 연락 주겠다고 했지만 그 후로 연락이 없다가 10여년이 지나 거액의 부당이익금 청구했다는 것이다.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오랫동안 거주해 온 주민들의 사정은 알고 있으나 노을빛타운 사업 계획지라 토지 인도를 받아야해 소송을 진행중에 있다"며 "사업지구지정이 되면 토지보상법 등 관련법령에 의해 보상과 이주대책에 대한 절차가 있으나 소송이 진행중인 사안으로 현재로서는 이주대책을 말하기에는 부적절 하다"고 말했다.
평생을 산 집과 피땀 흘려 일군 땅에서 이주대책도 없이 쫓겨나게 생긴 주민들은 구의원, 시의원과 지역 정치권을 찾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지역 정치권에서 안타까운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려는 노력에 팔을 걷고 나섰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조택상 인천중구강화옹진군 지역위원장과 김홍복 부위원장은 주민들을 만나 적극적인 해결을 약속했다.
김홍복 부위원장(前 중구청장)은 "공항이 들어서고 나서 해변가 땅을 점유해 장사를 하는 사람들과 달리 입구지 마을 주민들은 이곳에서 땅을 만들고 평생을 거주하며 살아온 토박이들로 정부에서 정착지를 마련해 주었기 때문에 무단점유가 아니고 매립한 공유수면도 주민들이 일군 것으로 주민들의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의회 안병배·조광휘 시의원도 "인천도시공사가 땅을 출자 받을 때 전수조사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주민들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합리적인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달 말부터 시작되는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평생 살고 일군 집과 땅에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에 입구지 마을 주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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