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위험도도 커, 옥석가리기 구간 진입
'서학개미(해외 주식을 직접 사는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해외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향한 관심이 커지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급등세를 보이는 종목이 속출해 고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투기적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것. 합병 후보들로 추정되는 비상장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부풀려진 데다 방향의 변동성이 커 합병 성사를 예단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스팩은 발행주식을 공모한 뒤 그 자금으로 비상장사를 인수·합병(M&A)하는 것을 유일한 사업목적으로 하는 페이퍼컴퍼니다.
◆스팩 인기, CCIV '핫' 종목
스팩이 미국 증시에서 기업들의 주요 기업공개(IPO) 통로로 자리매김한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IPO 심사평가가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23일 기준 미국 스팩 상장 건수는 올해 들어 152건을 기록했다.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지난해 전체(248건)의 절반 수준을 넘어섰다. 2019년 전체 건수가 59건에 달한 것을 생각하면 스팩을 향한 높은 관심도를 알 수 있다. 지난해 한 자릿수에 맴돌던 하루 신청 건수도 20곳을 웃도는 경우도 생겼다. 스팩이 공모 시장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다.
국내 투자자들도 '특별한 사랑'을 보내고 있다. 서학개미 사이에서 가장 높은 관심을 받는 스팩은 처칠캐피털IV(CCIV)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 거래일까지 CCIV의 순매수 규모만 7484만달러로 이 기간 해외 순매수액 상위 4위에 해당한다. 4628만달러의 매수세를 기록한 아크라이트클린트랜지션(ACTC)도 10위에 포진했다.
두 스팩 모두 전기차 관련 기업과의 합병 소식이 기폭제가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망 기업을 선점하겠다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우량기업과 합병할 경우 고수익을 얻는다는 것이 매력 요인이다. 우주 관광업체 버진캘럭틱, 부동산 온라인 중개 플랫폼 오픈도어, 배터리 제조업체 퀸텀스케이프 등 혁신 기업들이 스팩 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하며 주가 급등을 경험했다.
◆"옥석가리기 구간 진입"
기대수익이 달콤한 만큼 위험도도 크다. 스팩은 상장 직후 대개 수익률이 높지 못하다. 합병 시기와 대상을 알 수 없어서다. 지난해 미국 증시에 상장한 시가총액 상위 10개 스팩의 1개월 평균 주가 상승률은 3.1%에 불과했다. 공모금액 상위 10개 기업의 1개월 평균 주가 상승률(72.8%)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다.
인수합병을 하더라도 주가 오름세를 유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2019년부터 2020년 6월까지 인수합병을 완료한 스팩의 기간별 평균 하락률은 3개월 3%, 6개월 12%, 12개월 33%에 달했다. 어렵사리 합병 기업을 찾더라도 여러 위험요인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니콜라와 멀티플랜은 사기 의혹과 사업가치 저하로 인해 주가가 급락했다. 니콜라의 경우 지난해 6월 상장 직후 공모가(10달러)의 8배인 80달러까지 오른 후 현재 20달러대 선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중이다.
일각에선 해외 스팩이 지나친 과열 양상 단계에 접어 들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현재 실적보다 미래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거품' 가능성도 의식해야 한다.
임지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질적으로 우수한 스팩도 많겠지만 지난해 생겨난 스팩 75%가 아직 합병 대상을 찾지 못했다"며 "스팩 열풍이 상당하지만 옥석가리기가 필요한 구간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존속기업 보고 들어가야…ETF가 대안"
전문가들은 스팩 합병기업이 발표된 후 대상 기업을 분석하고 들어가도 늦지 않다고 말한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팩 투자는 합병 대상 기업이 알려지기 이전, 합병 상대 기업이 알려진 이후, 합병완료 이후까지 3단계에 나눠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합병 전 너무 높은 가격에 스팩을 매수하면 계획대로 합병이 되지 않을 시 손실을 볼 수 있다"며 "존속기업 발표가 나면 정확히 분석하고 성장성에 투자하라"고 했다.
간접투자 방안으로 상장지수펀드(ETF)가 유효한 선택지로 거론된다. 미국 증시엔 SPAK, SPCX, SPXZ 3개의 스팩 ETF가 상장돼 있다.
강대석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위험성 높은 개별 스팩에 투자하기보다 여러 스팩과 스팩합병 기업을 보유해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SPAK나 SPCX와 같은 ETF 투자가 안정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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